마르크 뤼터 신임 나토 사무총장 취임
10년 만에 사령탑 교체로 주목
우크라전·트럼프 대비 등 과제
마르크 뤼터 제14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1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나토 사령탑 교체는 10년 만이다.
유니레버에서 일하다 2002년 네덜란드 정계에 입문한 뤼터 사무총장은 2010년부터 14년간 중도우파 성향 연정을 이끈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출신이다. 지난 6월 나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차기 사무총장으로 지명됐다. 당초 후보자 논의 과정에서 최초의 여성 혹은 나토 내 입지가 좁은 동유럽권에서 발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1949년 나토 창설국인 네덜란드 출신의 뤼터로 결정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11월 미국 대선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나토 주축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안팎에서는 뤼터 사무총장이 총리 재임 중 네번의 연립정부를 이끌며 쌓은 중재자 겸 협상자로서 경험이 회원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의사결정이 32개 회원국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나토 특성상 정치적 단결을 구축하기 위한 나토 사무총장의 물밑 협상·설득 능력은 필수적인 자질이다. 카샤 올롱그렌 전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일을) 진전시키고 타협점을 찾고 사람들을 설득해본 그의 풍부한 경험이 (나토를 이끌 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막으려면 사무총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의 ‘저조한 방위비’를 문제 삼으며 나토 탈퇴까지 공언해 유럽과 갈등을 빚었고 이번 재선 유세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회의적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총리 시절 유럽연합(EU) 내 대러시아 강경론을 주도하며 ‘푸틴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나토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해 더 강경하고 단호한 메시지가 발신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아울러 전임자인 옌스 스톨텐베르그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체제에서 러·중 밀착에 대응해 추진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와 협력 기조도 이어갈 전망이다. 나토는 2022년 채택한 ‘신전략개념’에서 중국이 위협을 처음 명시한 데 이어 올해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했다. 동시에 IP4를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하며 접점을 늘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