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판화가들, 세상을 재해석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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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판화가, 설치 작가 등 모여
백남준 물음에 화답하는 전시
10일까지 영도 스페이스 원지
실험적이고 신선한 시도 ‘유쾌’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10월 부산 축제들이 시작됐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공연마켓이 개막했고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지난 주말 서부산을 뜨겁게 만들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영상과 공연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술 전시도 당당히 가을축제를 빛내고 있다.

8월 개막한 2024부산비엔날레는 중반부를 넘어 순항 중이고 부산의 각 갤러리도 10월 새 전시로 탈바꿈했다. 상설 갤러리가 거의 없는 부산 영도에도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전시가 막 올랐다. 10일까지 부산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서 열리는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전이 그 현장이다. 제목에 작가 이름도 없고, 영어와 한글 단어들이 길게 이어진 이 전시의 정체가 뭘까.

우선 옛 부산시장 관사인 도모헌에서 개막한 백남준 아카이브 전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백남준’ ‘한국 최초 공개 자료’ ‘수 백억 정원’ ‘광안대교 전경’ ‘SNS맛집’이라는 키워드가 합해지며 이 전시는 연일 수 백명이 몰리는 핫한 행사로 떴다. 사실 전시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금기됐던 공간의 개방, 수 백억 돈이 들어간 곳이라는 호기심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이 전시와 관련해 진짜 볼거리는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 몰려 있다. 전시 제목인 ‘NJP CONNECT’는 백남준의 영어이름 약자인 ‘NJP’와 연결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CONNECT’에서 왔다. 다시 전시 제목을 쉽게 설명하자면, ‘백남준과 연결된 전시인데 미래에 대한 백남준의 예측과 후배 작가들의 답’ 정도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시는 부산판화가협회 회원작가들을 중심으로 미디어·설치 작가가 추가로 함께 했다. 영도 보세창고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스페이스 원지는 멋지게 변신한 레스토랑 공간과 근대 건축물로서 창고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전시 공간들이 함께 자리잠고 있다. 이번 전시는 창고로서의 모습을 가진 2개의 공간에 판화를 비롯해 미디어 아트, 설치물들이 강렬하게 배치됐다. 작품들은 비엔날레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실험적이고 현대적이다.


황예진 작가의 설치 작품. 김효정 기자 황예진 작가의 설치 작품.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NJP CONNECT-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안진영 작가의 작품. 김효정 기자 안진영 작가의 작품. 김효정 기자

전시를 기획한 서유정 부산판화가협회 회장은 “이 시대의 소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백남준이 꿈꾸었던 미래와 예술에 대한 고민을 2024년을 사는 현 시대 작가들의 그들의 관점과 사고로 풀어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1969년 자신의 전시 팸프릿에 “예술과 기술에서 진정 중요한 문제는 또 다른 과학적 장난감으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급속도로 진보하는 기술과 전자 매체를 어떻게 인간화하는 가이다”라고 밝혔다. 1980년 예술 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선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우리의 생각을 움직이는 것, 나는 이를 정주 유목민(stationary nomad)이라고 이름한다’라는 주장을 실었다. 이번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기술, 인간, 자연이라는 개념 역시 백남준이 앞서 밝힌 주장과 고민과 직접 연결되며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바탕이기도 하다.

작품들은 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우선 판화라는 매체가 가진 한계를 넘어 판화가 가진 특이함과 장점을 살린 종합 예술에 가깝다. 그래서 전시에선 미술의 모든 장르를 다 만나는 기분이다. 현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와 더불어 또 하나의 작은 비엔날레가 영도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36명 작가들의 신선한 시도가 유쾌하게 다가온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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