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판화가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 알리고 싶어요" 서유정 부산판화가협회 회장
친목 도모 목적 위한 회원전 탈피
시대에 맞는 전시·행사 열어야
판화는 변화와 협업의 폭 넓어
판화국제전·판화 비엔날레 등 기획
아트페어나 비엔날레를 제외하고 부산에서 국제전, 혹은 전국 단위 미술 행사를 열기란 쉽지 않다. 섭외부터 작품 운반, 포스터와 도록 제작, 연계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 등 그 많은 준비를 해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5월 부산 금정구 예술지구P에서 열린 ‘예술과 환경’ 국제전, 지난달 27일 부산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서 개막한 백남준 아카이브 연계 전시 ‘이동하는 시선:기술, 인간, 자연’은 큰 관심을 받았다. 그 중심에 서유정 부산판화가협회 회장이 있다.
“여러 문화단체의 전시가 주제 없는 단순 회원전 혹은 친목 도모의 장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30여 년 전의 창립전과 현재 4차 산업 & 생성형 AI, 디지털 혁명 시대에 존재하는 협회의 전시는 차원이 완전히 달라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죠. 판화의 정체성과 현대성에 대한 모색으로부터 매체 자체의 제한된 시각을 넘어 판화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나 목적을 반드시 고려하고 지금 시대에 맞는 수준의 전시와 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부산판화가협회 회장 후보로 나서며 서 회장이 밝힌 이유이다. 사실 부산판화가협회는 지난 몇 년간 거의 활동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였다. 서 회장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부산판화가협회를 잘 몰랐다. 부산예고를 졸업한 후 서울 홍익대 판화학과에 입학하며 부산을 떠났다. 30년 가까이 서울과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고 작품 활동과 전시 활동을 이어갔다. 갑작스럽게 부산에 계신 부친이 돌아가시며 이후 부친의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급하게 부산에 돌아와야 했다.
“예술가로 30년을 살다가 난데없이 유통회사를 운영하게 됐죠. 그러던 중에 부산의 원로 선배님이 부산 판화가협회에 들어와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홍익대 판화학과 초창기 세대로서 판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습니다. 1992년도 화랑미술제에서 동판화 공개 시연을 했고 독립된 장르로서 판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국내외 공모전에서 상도 여러 번 받고 석사, 박사 논문도 관련해서 발표했습니다. 유독 부산에서 침체돼 있는 판화 장르를 보며 뭔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주변에선 고생길이 보이는데 왜 나서느냐고 말렸지만, 판화의 전성기를 봤던 세대로서 서 회장은 후배들을 챙기고 싶었단다. 서 회장의 경험과 국제적인 시각, 판화와 회화, 디자인까지 섭렵한 재능을 활용해 부산판화가협회는 올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판화는 단독 장르로서 현대 미술의 매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시대에 맞는 변화, 다른 장르와의 협업의 폭이 넓습니다. 판화국제전을 비롯해 판화 비엔날레, 판화 주간, 크로스오버 작품 전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외부 기획자나 전문 비평가들을 초빙하고 인문학적인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통해 왜 판화예술인가를 본격적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타지역의 판화가협회와 다른 부산 지역의 특수성이 무엇인지, 작가로서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도 부산판화가협회 내에서 선후배가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다양한 기획과 가능성을 보여주면, 젊고 역량 있는 판화가들이 다시 자연스럽게 부산판화가협회로 모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당장은 오는 10일까지 이어질 영도 스페이스 원지의 기획 전시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답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