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석탄발전소의 종말
석탄발전소는 한국에서 1960년대 이후 산업화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 극복에도 큰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 첫 석탄발전소는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0년 11월에 준공된 서울 당안리 화력발전소이다. 1930년대 준공된 1, 2호기가 시대 변화와 노후화에 따라 1970년에, 1956년 준공된 3호기는 1982년, 1970년대 준공된 4, 5호기가 2017년에 각각 폐지되었다. 부산에서도 1964년 1, 2호기가 건설돼 부산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다가, 2002년 같은 부지에 LNG복합발전설비로 대체됐다. 국내 석탄발전소는 57기가 가동 중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36%에서 지난해 17%로 떨어졌다. 한국은 33% 안팎으로, 유연탄 주 생산국인 호주(51.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은 5%대 이하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한다. 한국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 발전 비중을 2030년 17.4%, 2038년 10.3%로 낮출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1차 산업혁명 중심지였던 영국에서 마지막 남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불이 꺼졌다. 영국은 G7 국가 중에서 석탄 발전을 중단한 첫 국가가 됐다. 잉글랜드 노팅엄셔의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가 지난달 30일 56년 만에 가동을 멈춘 것이다. 1882년 런던에 세계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발전을 시작한 이후 142년 만에 석탄 발전 역사가 막을 내렸다. ‘싸고 효율이 높은’ 에너지, 산업 성장의 대명사였던 석탄 발전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오명과 함께 다른 에너지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나온 것도 한 이유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근간을 이루는 한국은 앞으로 인공지능(AI)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에너지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캠페인이 글로벌기업 간의 거래 요구 사항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출 중심인 한국 기업의 에너지 전환이 급속도로 촉구되고 있다고 한다. 석탄발전소 폐기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간다. 한국도 명확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실행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영국 석탄 발전 142년 역사가 남긴 중요한 교훈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