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습 공갈 혐의 60대 송치
운전자 고소해 70여 회 돈 받아

부산 사상경찰서 전경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운전자들을 상대로 욕설과 폭행을 유발해 상습적으로 합의금을 챙긴 택시기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운전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행을 유발해 모욕죄로 고소한 뒤 합의금을 뜯어낸 혐의(상습 공갈)로 택시기사 60대 A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70여 차례 부산에서 운전자들의 욕설이나 폭행을 유발하고 모욕죄로 이들을 고소해 상습적으로 합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도로에서 갑자기 극단적으로 서행하거나 우회전하는 길목에 정차하는 등 차량 통행을 방해하며 운전자들의 욕설과 폭행을 유발했다. 상대 운전자가 욕설을 내뱉거나 차에서 내려 자신에게 다가오면 이를 블랙박스 영상으로 녹화했다. A 씨는 해당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며 경찰에 모욕죄나 폭행으로 운전자들을 고소했다. A 씨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고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A 씨가 모욕죄로 다른 운전자를 사상경찰서에 고소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A 씨와 상대 운전자의 블랙박스 영상과 CCTV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니 A 씨가 욕설과 폭행을 유발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운전자들을 고소해 합의금을 받아낸 건수만 70여 차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고소했던 70여 명에게 전부 연락을 시도했다. 이 중 17명만 연락이 닿았고 이들의 피해액은 모두 합쳐 약 11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 건수로 미뤄보면 실제 A 씨가 받아낸 합의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합의금을 노리고 상습적으로 고소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