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줄구속’
고려아연 인수 시 악영향 우려
폐수 유출로 조업정지 처분도

창간 특집, '낙동강 시리즈'. 낙동강 최상류 지역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제련소 뒤 산에 나무가 말라죽어 민둥산을 이루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달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영풍 석포제련소 박영민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각각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12월 6일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수리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누출된 비소에 중독돼 1명 사망, 3명이 상해를 입은 사고에서 비롯했다. 사고 이후에도 석포제련소에서는 지난 3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는 최근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벌이는 영풍의 경영 상황과 경영진의 안일함을 보여주는 현주소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소재한 울산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사회가 영풍이 경영권을 획득했을 경우를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같은 출발선에서 고려아연이 급성장할 동안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영풍의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환경오염과 산업 재해는 지역 시민들이 우려하기 충분하다.

실제 2018년 환경부는 석포제련소가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섞인 폐수를 유출한 정황을 확인하고, 영풍에 2021년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했다. 또 10일 조업정지 여파로 그해 80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금도 무허가 관정 개발과 오염물질 기준 초과 등으로 경북도로부터 6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아 큰 손실을 입을 위기다.

75년 동업 관계의 고려아연 최 씨 일가와 영풍 장 씨 일가의 파열음도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양 사 동업 관계가 상당 기간 잘 유지됐는데, 정확히 4~5년 전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의 노후화와 저장공간 부족으로 넘쳐난 산업 폐기물을 온산제련소에 전가를 시도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은 (폐기물 처리를)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 했지만,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2일 법원은 양 사의 경영권 다툼과 관련 일단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의결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