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철기 문명 히타이트, 김해에서 만난다
사라진 고대 근동의 최강국
‘튀르키예 특별전-히타이트’
김해박물관서 8일부터 전시
지금의 튀르키예에 위치했던 인류 최초의 철기 문명인 히타이트 문화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김해에서 소개된다. 국립김해박물관이 8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1주년 기념으로 ‘튀르키예 특별전-히타이트’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철기문화의 발상지 히타이트의 수도 보아즈쾨이-하투샤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검 및 점토판 등 212점을 선보인다. 동시에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히타이트 사진전:야즐르카야-신들의 행렬’이 펼쳐진다.
히타이트(HITTITE)는 기원전 17세기부터 기원전 12세기에 걸쳐 아나톨리아와 북부 시리아의 대부분을 통치했던 대제국이었지만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미지의 고대 문명이었던 히타이트는 19세기 점토판 문자가 해독되면서 비로소 뛰어난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한 고대 근동(近東) 지역의 최강국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번 특별전은 프롤로그, 1~3부, 에필로그의 형식으로 구성됐다.
프롤로그인 ‘아나톨리아의 숨겨진 제국’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성벽 둘레가 6㎞가 넘는 히타이트의 수도, 보아즈쾨이-하투샤 유적을 3D로 복원해 대형 프로젝트 영상으로 소개한다. 1부 ‘오리엔트 최강의 제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외교술을 갖춘 히타이트의 청동 무기와 금속 제작 기술을 조명한다. 히타이트는 무르실리 1세(기원전 1620~기원전 1590년 재위) 때 아나톨리아를 넘어 당시 세계의 중심지였던 대도시 바빌론을 점령할 만큼 강성했다. 기원전 1274년, 히타이트와 이집트가 맞붙은 카데시 전투는 오리엔트 세계의 패권을 둔 제국 간의 격돌이었다. 기원전 1259년 히타이트의 하투실리 3세와 이집트의 람세스 2세는 세계 최초로 공식 평화 조약을 맺었고, 이때의 평화 조약 점토판 사본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2부 ‘천신의 나라’는 종교적 관용으로 모든 신을 포용한 히타이트 사람들의 종교와 의례를 소개한다. 히타이트인은 스스로 ‘1000명의 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히타이트는 다른 민족의 신을 인정하는 관용적인 종교 정책 덕분에 광대한 영토에 속한 많은 이들을 통합할 수 있었다. 3부 ‘두 가지의 문자를 사용한 나라’에서는 쐐기문자와 상형문자로 남겨진 히타이트를 살핀다. 쐐기문자는 지배층이나 공적 기록을 위한 문자라면, 상형문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문자로 도장이나 공공장소의 기념물에 주로 새겨져 있다. 하투샤 유적 나산테페 두 번째 방의 길이 4m, 높이 2m의 대형 상형문자 석조물을 국립김해박물관팀이 직접 탁본해서 전시한다.
4부 ‘제국의 삶과 문화’에서는 토기, 장신구 등을 통해 히타이트인의 일상을 다룬다. 당시에도 맥주와 비슷한 음료를 즐겨 액체를 담는 토기가 많이 확인되었다. 또 낫과 같은 농기구가 청동과 돌로 만들어졌다. 이들의 경제활동에서는 은(銀)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에필로그 ‘히타이트 제국의 유산, 가야에서 꽃피우다’에서는 히타이트 멸망 이후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 철기문화를 보여 준다. 히타이트에서 시작된 철이 긴 여정 끝에 한반도에 도달해 ‘철의 왕국’ 가야를 꽃피운 것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