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우려한 '제조업 탈부산화'…판결에도 영향
부산에서 관할 구청의 허가 없이 대기 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운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목재 가공업체 대표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법률 준수가 중요하다면서도 이례적으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조업이 지역을 떠나는 ‘탈부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선처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3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목재 가공업체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부산의 한 산업단지 공장 내부에서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대기오염 배출시설인 목재가공기계 2대와 제재기 3대를 설치해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의 공장이 위치한 곳에선 해당 기계 사용 인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이에 A 씨는 경남 김해 명동일반산업단지로 공장 이전을 추진코자 했지만, 산업단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이곳에서 계속 운영해 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A 씨가 같은 혐의로 여러 차례 벌금형 등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관련 법규를 위반한 점을 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원심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환경문제에 대한 규제와 민원 탓에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장이 점차 지역을 떠나는 점을 우려하며 선처했다. 법원은 A 씨가 법을 어긴 사실은 맞지만, 이례적으로 부산 시민의 삶을 위해서는 기업이 가동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반 국민들이 평온하게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공장들이 자리 잡고 가동돼야 결국 부산 시민들이 살 수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조화롭게 해결돼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 씨에 대한 1심이 공장의 탈부산을 가속하는 판결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법률이 규정한 부문을 무시할 수 없다. 공장 가동으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부분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환경보전법은 국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소음·진동관리법은 국민이 조용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목적”이라며 “A 씨는 집진기 설치로 분진이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공장이 주택과 인접해 있진 않아 실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이 주변에 미치는 정도가 경미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