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개항 적신호… 건설사 설득 노력 더해야
컨소시엄 공사기간 1년 추가 연장 요구
국책사업 지나친 잇속 챙기기 비난 여론
가덕신공항 건설이 산 넘어 산이다. 정부가 수차례 입찰 무산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는데 이마저 진행이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5월부터 경쟁 구도를 위해 4차례나 공개 입찰을 진행했으나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 입찰 참여사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 계약을 담당하는 조달청이 지난달 27일까지 수의계약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현대건설 측이 컨소시엄 내 건설사 간 협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늦춰 달라고 요청해 오는 15일까지로 연장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입찰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마당인데 수의계약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1년 연장과 상위 건설사 추가 참여를 요청했다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3차 경쟁 입찰을 앞두고 10대 건설사 컨소시엄 공동 참여 제한을 2개 사에서 3개 사로 완화하고 공사 기간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하는 등 건설사 요구를 들어줬다. 이 때문에 완공도 2031년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이런데도 컨소시엄 측이 또다시 추가 조건을 내걸며 수의계약을 지연하는 것은 지나친 잇속 챙기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완화된 조건 하에서 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공기 연장을 빌미로 지체 보상금 완화 등 세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반영하려는 의도라고 비난받을 일이다.
국토부의 미온적 대응과 협상력이 더 문제다. 5월 첫 입찰 이후 4번이나 유찰되는 과정에서 국토부는 경쟁 구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입찰과 유찰을 반복해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의 천금 같은 시간을 까먹었다. 수의계약의 경우 건설사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유찰이 반복되면서 건설사 요구는 요구대로 들어주고 수의계약에서도 끌려다니는 꼴이 됐다. 국토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건설사들은 유리한 조건과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찰을 반복하고 국토부는 사실상 방임하면서 수의계약 명분을 쌓는 ‘약속 대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인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무산됐지만 2029년 말 가덕신공항 개항은 늦출 수 없는 목표다. 수도권에 대응해 남부경제권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가덕신공항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지역소멸 시계를 감안하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간표다. 입찰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을 위한 주변 환경도 많이 악화했다. 수의계약을 빌미로 자연스럽게 가덕신공항 개항을 미뤄야 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우려까지 있다. TK신공항을 의식해 추진 일정을 저울질한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2029년 개항 로드맵을 다시 바로 세우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만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