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빈집 SOS'] “5년 뒤 빈집 생각하면 깜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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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남부민1동 2통 이규청 통장

부산 서구 남부민1동 2통 이규청 통장이 마을 내 한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 서구 남부민1동 2통 이규청 통장이 마을 내 한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빈집 증가세는 미래를 생각하면 약과입니다. 주민들 나이를 생각하면 5년 이후 빈집 문제는 절정에 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2일 오후 부산 서구 남부민동 한 동네 슈퍼에서 만난 이규청 통장은 앞으로 빈집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이어서 빈집이 생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게 이유였다. 이 통장은 부산 서구 남부민1동 2통 통장을 20년 넘게 맡고 있다.

통장을 맡은 이후 지자체가 실시한 빈집 실태 조사를 일선에서 담당한 그는 빈집 문제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10년 전 270~280세대가 살던 동네였는데 이젠 180세대로 줄었습니다. 주민이 줄어든 만큼 빈집도 생기고 있습니다. 전체의 20% 정도가 빈 상태입니다.”

이 통장은 빈집 정비만이라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남부민1동 2통 경우에는 카페나 숙박업을 하겠다는 매입자가 나타나는 일이 가끔 생긴다. 그는 “우리 동네 빈집 한 곳이 숙박 시설로 변신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정비되면 동네 활기도 조금씩 살아날 것 같다”고 했다. 빈집을 주민이 모이는 시설이나 건강검진이 가능한 장소로 바꾸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빈집 소유주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이 통장 판단이다. 소유주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행정 당국의 최대 숙제라는 것이다. 이 통장도 집주인 반대로 빈집 대책이 시작부터 막히는 경우도 여러 차례 봤다.

“빈집 소유주 대부분은 원래 주민의 자식들입니다. 혹시 있을 재개발 기대 심리로 빈집을 그대로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자체가 빈집을 정비하려는 의지가 강해도 소유주가 그런 태도면 무언가를 시작하기 참 어렵습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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