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미디어 기술과 오르세 걸작의 만남? 대박!”
오르세 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협업 작품 보러 부산 첫 방문
압도적 규모, 몰입감에 감탄
클래식 미술의 새로운 접근
“부산 아르떼뮤지엄의 ‘오르세 특별전’을 위해 양측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오르세미술관은 외부기관과 함께 창작물을 만드는 것을 두고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했답니다. 시대가 변하며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은 다양해졌고,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의 걸작이 한국의 뉴미디어 기술과 만나면 어떻게 보여질 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감동이 대단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다시 가서 여러 번 더 보려고 합니다.”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의 에두아르드 빠뻬 선임 큐레이터의 들뜬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진다. 빠뻬 씨는 부산 아르떼미술관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미디어아트 ‘오르세 특별전(ARTE MUSEUM X MUSÉE D’ORSAY)’을 지난 1년 반이나 진두지휘했고, 현장에서 보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아르떼미술관을 운영하는 디지털 디자인&아트 컴퍼니 디스트릭트는 전세계 아르떼미술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점 개관을 결정한 후 특별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많은 논의끝에 프랑스 최고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오르세의 마스터피스(걸작)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오르세 미술관으로 다양한 협업 제안이 있었지만, 오르세미술관은 좀처럼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오르세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이 나와야되기 때문이었다.
빠뻬 씨는 “한국 아르떼미술관의 제안은 특별했습니다. 그림을 단순히 대형 화면에 투영하는 기존의 미디어아트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와 작품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담고, 파리를 비롯해 고흐의 아를까지 시공간을 오가는 구성, 조향(향기),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오감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고전의 감동에 현대의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면 미술을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오르세의 수 십 만점의 컬렉션 중 회화를 중심으로 127점을 선정했다. 첫 작업부터 품이 엄청나게 들었다. 고흐 모네 등 잘 알려진 작가 외에도 인상주의 아르노보 아카데미컬한 관점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도 고루 선정했다. 단순히 작품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세 미술관, 파리 정경, 모네의 정원, 고흐의 방 등을 미술의 배경으로 촬영했다. 영상에 들어갈 음악도 오케스트라를 섭외해 녹음했다. 조향사들은 영상이 상영될 때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향을 만들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르떼미술관의 오르세 특별전은 과거 기차역이었던 오르세미술관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 여정은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미술을 탐구하며, 파리 시내로 이어져 인상주의 화가들인 마네,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드가의 무용수들을 볼 수 있고, 카바레와 캉캉 문화에서는 로트렉의 예술을 보여준다. 모네의 정원과 수련 시리즈, 액상프로방스의 인상주의 정물화도 새로운 감동을 전달한다. 후기 인상주의는 고갱과 세르지에를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속 별빛이 다시 오르세로 이어진다.
모네와 고흐 장면은 AI기반 기술과 실시간 엔진인 언리얼 프로그램을 사용해 미학적 구성뿐만 아니라 실험적 R&D 요소를 결합했다. 특히 6.5m의 높이, 약 600㎡의 면적에 이르는 대형 공간에 고해상도 실사 화면과 예술적 질감 재현까지 끝낸 작품들은 정교한 디테일도 살아 있다.
빠뻬 씨도 영상 파일을 통해 완성작을 봤지만 현장의 몰입감은 남다르다고 감탄했다. 규모가 주는 압도적인 느낌, 몰입감 넘치는 시각적 표현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클래식 아트가 새롭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빠뻬 씨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조각 전문 큐레이터로 출발했다. 현재도 조각 전시 기획을 활발히 하고 있다. 아르떼미술관과 첫 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조각 분야 작업에 대한 욕심도 있다. 다만 오르세의 조각 작품을 어떻게 재해석할 지 고민이 크다. 단순히 영상으로 보여주는 형식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3D 작업을 통해 입체감을 살리는 방안 등 디스트릭트와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르세 특별전은 부산 아르떼뮤지엄에서 최초 공개되었고, 현재 여수와 강릉 아르떼뮤지엄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이후 외국 아르떼 뮤지엄에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