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마음만은 문학청년들, 다시 공동문집을 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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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이야기/월요문학회

<월요 이야기>는 ‘마지막 수업’이 수록된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두 번째 단편집으로 1873년에 발표됐다. 그로부터 100년이 조금 더 지난 1976년. 부산의 부산동고에서 그 이름을 본뜬 ‘월요문학회’가 태동했다. 까까머리 고교생들로 이루어진 월요문학회는 1977년 제1호 동인시집 <월요77>을 발간하는 등 15년간 패기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반백 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문학청년인 이들이 다시 공동문집 <월요 이야기>를 냈다.

이 책의 집필에는 15명의 부산동고 월요문학회 선·후배들이 참여했다. 그중에는 시인이 된 신완섭, 성직자가 된 이연학, 영화감독 김성기,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이 있었다. 그밖에도 교육계, 의료계, 기업체 등에서 성실한 사회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책은 얼마 전 세상을 뜬 한 동문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2년 반을 암과 투병하면서도 자전적 에세이 초고를 남기고 떠났다. 자식들에게도 제사상에 자신의 책을 올려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를 지켜보면서 동문 문집을 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무용지용:쓸모없는 것의 쓸모’라는 릴레이 에세이로 시작한다. 후반부에는 먼저 간 동문에 대한 추모의 글을 실었다. 이연학 신부는 동기인 고 김해곤에게 ‘한 가지에 나고서’라는 글을 남겼다. “자네의 현존(現存)을 한결같이 느끼게 되는 것은 자네나 나나 한 가지에서 났기 때문일 터. 그 가지는 우리가 거기서 나왔고 또 거기로 돌아갈 고향 같은 것이기 때문일 터. 이제 삶과 죽음의 교문을 다 통과한 자네이기에, 이런 내 심정을 자네는 한 판에 알아듣고 있으리라 믿네.”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 써서 남기려는 것일까. 월요문학회/고다/436쪽/2만 2000원.


<월요 이야기> 표지. <월요 이야기>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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