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전쟁’ 끝낸 여야 이번 주부터 ‘예산 전쟁’ 돌입
내일 예결위 공청회로 예산국회 개막…내달 29일 의결 목표
여야,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 국회법 개정 두고 이미 ‘포문’
‘윤석열·김건희 예산’, ‘이재명 예산’ 서로 대폭 ‘칼질’ 예고
내달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이번에도 시한 내 처리 힘겨워
국정감사를 끝낸 여야가 이번 주부터 66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다시 격돌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도 민생과 미래산업 분야 예산은 충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 차가 확연하다.
여야는 이미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 제도를 두고 예산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예산안 자동 부의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예산안 자동부의는 2012년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내용으로,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월 2일 전인 12월 1일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토록 돼 있다. 민주당은 자동부의 제도가 생긴 이후 예산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지고, 야당의 심사권이 무력화된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가 예산안의 헌법상 처리 기한을 전면 부정하고, 정부 예산안 처리를 고의지연시키면서 예산을 민주당 쌈짓돈처럼 주무르겠다는 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번 예산안 심사 기조는 ‘건전 재정’을 유지하면서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생태계 지원, 지역 균형 발전 예산 등 필수 예산만 증액해 ‘가성비 높은 예산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요구하는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 증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전날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지역화폐 10조 원 추가 발행 주장에 대해 “실제 경기 부양 효과도 찾아보기 어려운, 전형적인 이재명표 포퓰리즘 사기”라고 직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김건희표’ 예산을 찾아내 과감하게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민주당은 마음 건강 지원사업 예산 7900억 원을 김 여사 예산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총선 전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삭감 1순위’ 예산이다. 반대로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발행 사업 예산은 원상복구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미래 산업과 관련한 공약 부분에 필요한 예산이나 지역 경제,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예산을 증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쟁점이 첨예한 데다, ‘김 여사 특검법’ 처리와 이 대표의 1심 선고 등 다음 달 예정된 정치적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이번 예산안 처리는 벌써부터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단 3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7∼8일 종합정책질의, 11∼14일 부처별 심사, 18∼25일 예산소위 증·감액 심사를 거쳐 29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는 게 목표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국회는 2년 연속 예산안을 지각 처리한 바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