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 ‘기후변화·상호금융’ 위기 전사적 총력대응으로 돌파한다
고수온에 수산물 폐사·어장 고갈수협·산학연 모여 대책위 출범
수산 피해분석·대책마련 등 주력
부실조합 대응 위한 자회사 설립
노동진 회장 “이중고 극복 최선”
수협중앙회가 해마다 반복되는 고수온 영향으로 양식장 피해와 어장이동에 따른 어획 부진이 극심해지자 전면대응에 나섰다. 전국 91곳 수협 회원조합을 주축으로 기후변화 산학연 전문가 그룹까지 참여한 조직을 꾸린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앞으로 기후대책위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분야 피해를 면밀히 분석하고, 현장 의견과 요구사항을 수렴해 전사적인 대책을 마련함과 더불어 이를 공론화해 국가적 지원을 촉구해 나갈 방침이다.
전국 어업인 대표인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최근 국회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정부의 예산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시장 악화로 부실 규모가 커진 조합에 대해서도 중앙회 차원의 전사적인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부실채권을 조기에 감축해 건전성 회복을 도울 금융 자회사 설립을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 중심에 선 노동진 회장
30일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바다 수온이 급상승하는 기후변화에 대해 업계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기후변화대책위원회(기후대책위)’를 이달 출범시켰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의 긴급 지시에 따른 것이다. 기후변화로 양식과 연근해 수산물 모든 업종에 걸쳐 막대한 손실을 입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후대책위는 동·서·남·제주해 연안 4개, 근해 1개, 어·패·해조류 3개 등 총 8개의 분과대책위원회를 두고, 노동진 회장이 이를 총괄하는 위원장을 맡았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연근해 어장 지도를 급변시켜 어획 자원 고갈로 어민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전국 수협 회원조합 위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 참조기, 멸치의 위판량은 2013년 대비 각각 79%, 56%, 50%나 급감했다.
어장 형성이 뒤바뀐 곳도 있다.
2013년 8만t(톤)에 달하던 동해 오징어 생산량은 지난해 4000여t으로 95%나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서해는 4000t에서 8000t으로 두 배 증가했다. 서해보다 동해의 수온 변화가 가팔라진 게 그 원인으로, 서해보다 1.4배 많았던 동해 수산물 생산량이 2018년을 기점으로 서해에 역전된 뒤 격차가 커지고 있다. 수산업계에서 기후변화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산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양식 수산물도 기후변화로 인한 타격이 크다.
수협중앙회의 양식보험 사고 신고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올해 고수온으로 인한 우럭·넙치 등 양식 수산물 추정 누적 피해는 480억 원에 이른다. 2022년 20억 원, 2023년 137억 원으로 피해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감척·양식보험료 지원 확대해야"
노동진 회장은 기후변화로 촉발된 어장이동 극변과 양식수산물 폐사로 인한 어자원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이달 22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노 회장은 이 같은 의견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우선, 줄어든 어획량으로 생계 위기에 처한 어업인을 구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어선 감척을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 회장은 노르웨이가 범 정부 차원의 장기간 집중적인 감척을 통해 1960년 4만 척에 달하던 어선 수를 2020년 6000여 척으로 85% 줄이는 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여 어업 선진국으로 등극한 사례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 및 경영수지 악화로 감척 참여 희망률은 증가세이지만, 지원금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쳐 감척을 포기함으로써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평년 수익액의 3년분을 주는 폐업지원금을 대폭 상향해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또한, 실직 선원을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 규모도 크게 높이는 한편, 사업 효과성 및 수용률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단기간 집중 감척을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노 회장은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양식보험료 보조도 요구하고 있다. 농어업재해보험법에 근거해 정부와 지자체가 국고와 지방비 보조를 통해 양식어가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있으나, 성격상 1년 소멸성과 함께 농작물보험 대비 5배 높은 비용 부담으로 가입률이 40% 수준에 머물러 피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 고수온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2022년 248억 원에서 2025년 245억 원으로 정체 상태에 있는 국고 보험료 지원액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수산물 피해는 어업인을 넘어 국민 먹거리와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기후위기 극복을 지상 과제로 삼고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수협 부실채 정리 자회사 설립
수협중앙회는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일선수협 상호금융 경영 개선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차주가 크게 증가하면서 부실이 커진 데 더해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어 관련 업종의 연체율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전사적인 경영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회원조합 경영개선 TF(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켰다. 이 팀에서는 회원조합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부서별·분야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실질적으로 경영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도출하고 있다. 올해 경영이 악화된 회원조합을 중심으로 무이자 1330억 원을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여신 규모와 경험이 풍부한 ‘선도조합’과 영세한 ‘발전조합’을 1대 1로 매칭해 공동으로 대출하는 상생협약대출을 출시한 것 또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일선수협의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조치도 추진된다.
수협중앙회가 전국 90곳 수협 회원조합의 부실채권을 매입·추심하는 자회사 ‘Sh대부(가칭)’ 설립을 위해 자본금을 출자하는 안건을 이달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즉시 대부업 등록 절차에 착수함으로써 이르면 연내 조합의 부실채권 조기 정리에 나설 방침이다. 수협중앙회가 자본금 500억 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될 자회사는 앞으로 이 출자금에 더해 수협중앙회·수협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마련한 자금을 토대로 총 3000억 원대 규모의 부실채권 정리에 나설 예정이다. 회수 결과 매각이익이 발생한 경우 사후정산을 통해 조합에 그 수익을 돌려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