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명 몰려든 워싱턴DC 해리스 집회
현수막 없이 평온하던 미국 거리
후보 유세에 삽시간에 달아올라
온라인 참가 신청만 100만 명
유세장 밖에선 팔레스타인 시위
부산을 떠나 미국 국무부 초청 연수차 워싱턴DC에 머물게 됐다. 현장에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일상 속에서는 선거 열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한국이라면 선거기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정당 현수막과 유세 차량,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는 선거 사무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그저 무심하게 거리에 설치된 투표 안내 피켓과 해리스 부통령의 굿즈들이 대선 운동기간임을, 그리고 워싱턴DC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임을 실감케 했다.
지난달 10월 29일 (현지시간) 오후는 달랐다. 워싱턴 기념탑과 백악관 사이에 있는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마지막 연설은 그간의 평온을 깼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캠페인에 입장하기 위해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온라인 참가 신청을 했다. 당일 현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장객이 늘어섰다.
주최 측은 오후 3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이미 정오부터 공원 인근은 지지자로 가득했다. 워싱턴 기념비부터 자리 잡은 4만 명을 훌쩍 넘긴 해리스 지지자들로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까지 함께한 우버 드라이버는 “미국 내 ‘퍼플존’(경합주)을 우리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신이 함께할 거라 믿는다”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지지자는 “우리는 매우 간절하게 해리스의 당선을 기도하고 있다. 우리가 살 집, 우리가 낼 가계 비용을 걱정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서로를 공격하는 미국은 끔찍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다른 한편에서는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과 해리스 지지자들 간의 충돌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청년운동 단체의 주최자들은 “How many kids will you kill today?(얼마나 더 많은 아이를 더 희생시킬 것인가?)”를 연호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집단 학살을 묵인하고 지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즉각적인 무기 금수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은 언제나 그렇듯 경합주에서의 승패가 중요하다. 미국 대선에서는 5번이나 득표수에서 이긴 후보가 선거에서 패한 전례가 있다. 결국, 대선 승리는 선거인단 투표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100여 명의 선거인단을 놓고 두 후보 간 격차는 0.5% 미만에 불과하다. 이 중 대부분은 경합주에서 결정된다.
이번 선거는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과연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해리스 부통령의 포용적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가? 그 답을 확인하기까지 정확히 일주일 남았다.
서지연 부산시의원 미 국무부 초청 연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