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뽑은 미술계 유망주, 한자리 모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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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작가 공모 ‘부산 커넥티드’
부산근현대역사관서 9일까지
회화·조각·사진 등 ‘10팀 10색’

부산 근현대역사관 지하 1층 금고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 커넥티드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부산 근현대역사관 지하 1층 금고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 커넥티드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환상 숲 팀의 전시 전경. 타프팅 작업을 하는 담다 작가와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는 수라 작가의 회화가 돋보인다. 김효정 기자 환상 숲 팀의 전시 전경. 타프팅 작업을 하는 담다 작가와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는 수라 작가의 회화가 돋보인다. 김효정 기자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다는 게 설렙니다.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 많지만, 최종 10개 팀에 선정되면 여기서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실제로 보니 한국에서도 유일하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특별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들뜬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산시가 처음 연 신진 작가공모전 ‘부산 커넥티드’ 최종 10개 팀 중 하나인 콜렉티브 노이(Colletive Noi)의 조수연·맨디 리 작가이다. ‘연결과 연대’를 주제로 지난 8월 부산시와 문화기획사 AML이 주관한 이 공모전은 작가 2인이 한 팀으로 공동작품을 완성하는 과제였다. 1, 2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개 팀은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1층 금고 미술관에서 각자의 공간을 배정 받아 팀별로 전시를 꾸몄다. 옛 한국은행 지하 금고실을 활용한 금고 미술관은 타지에서 온 젊은 작가에겐 유난히 힙한 공간으로 인식된 듯했다.

기획부터 작품 제작, 전시 기획과 배치까지 전 과정을 작가가 직접 했기 때문에 10개 팀 모두 전시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커 보였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일일이 작품을 설명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적극 전달했다. 특히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이 많아 관객들은 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전시 공간의 배치와 작품을 돋보이기 위한 장치에선 전시에 들어간 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느껴졌다.


콜렉티브 노이 팀의 전시 모습. 여성 생태주의에 관한 작품을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김효정 기자 콜렉티브 노이 팀의 전시 모습. 여성 생태주의에 관한 작품을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김효정 기자

토끼와 호랑이 팀의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토끼와 호랑이 팀의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은 먹는 눈과 보는 입 팀의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은 먹는 눈과 보는 입 팀의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사실 이렇게 설치하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일반 갤러리는 이동할 수 있는 벽인데 반해 은행 금고라는 특성에 맞게 벽은 두껍고 공간의 구획은 바꿀 수 없었다. 작가들이 좀 더 색다른 작품 배치를 위해 작품을 안고 높은 벽을 넘나드는 건 예사였다. 덕분에 전시에서 만난 10개 팀은 초면임에도 굉장히 서로 친해 보였다.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고 할까요? 젊은 작가들이라 고민하는 지점도 비슷하고 자연스럽게 작가들끼리 교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모전을 통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10개 팀은 젊은 작가답게 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결합했다.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디자인 공예 도자까지 작가의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매체를 자유롭게 활용했다.

84개 팀 중 최종 선정된 10개 팀은 콜렉티브 노이(조수연, 맨디 리), 간간(정서온, 윤미현), 먹는 눈과 보는 입(신현지, 송유경), 미세-조정(정서인, 조은석), 수집가들(지지킴, 여운해), 줍는 사람(장건율, 정윤주), 토끼와 호랑이(신영주, 배하람), 푸치와들(지이호, 박소현이), 프로젝트 유영(이재균, 최원교), 환상 숲(수다, 담다) 이다. 인간의 관계성, 환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세계관의 확장, 접점을 찾는 방식 등을 심각하게 혹은 유쾌하게 혹은 덤덤하게 제안하고 있다.

10개 팀의 작품은 너무 달라서 마치 10개의 개인전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거라 미니 비엔날레급의 대형 전시가 완성되었다.

줍는 사람 팀의 장건율 작가와 정윤주 작가가 전시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줍는 사람 팀의 장건율 작가와 정윤주 작가가 전시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푸치와들 팀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푸치와들 팀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먹는 눈과 보는 입 팀의 신현지 작가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AML 제공 먹는 눈과 보는 입 팀의 신현지 작가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AML 제공
프로젝트 유영 팀의 최원교 작가는 수 십장의 사진을 겹친 후 굴곡이 보이게 잘라 조각같은 작품을 완성했다. 김효정 기자 프로젝트 유영 팀의 최원교 작가는 수 십장의 사진을 겹친 후 굴곡이 보이게 잘라 조각같은 작품을 완성했다. 김효정 기자

좋은 분위기만큼 전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원도심을 지나는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전시를 찾아왔고, 전시 기획자인 AML이 마련한 갤러리 대표와 작가 만남 행사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실제 미술판에서 전시 기획을 하는 이들을 통해 좋은 입소문이 나며 부산 커넥티드를 통해 발굴한 작가들의 다음 행보가 자연스럽게 기대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미안 허스트, 패트릭 콜필드, 크리스트 오필 등 현대미술계 거장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를 발굴한 70여 년 전통의 영국 블룸버그 프로그램처럼 부산 커넥티드도 역사가 쌓여 미술계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부산 커넥티드는 첫 공모전인 만큼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부산일보>10월 23일자 17면 보도)도 있었다. 작가 교류와 부산 예술계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 위해 전국 단위로 진행했지만, 정작 수상팀들에 대한 부산 레지던시, 부산 예술교율프로그램 등 지역 연계 프로그램은 전혀 준비되지 않아서다. 100% 부산 시비로 진행되는 공모전에서 지역 관련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박희연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첫 행사인만큼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듣고 내년 사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전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부산과 타 지역 작가의 교류를 돕고 지역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9일까지 부산 근현대역사관 본관 지하 1층 금고 미술관에서 열린다. 무료 입장. 월요일 휴관.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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