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달동네 작가’ 엄경근 별세… 향년 43세
부산 달동네 따뜻한 필치 표현
문제아에서 교사 된 사연 화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부산의 달동네를 따뜻한 화풍으로 그려 ‘달동네 작가’로 불린 엄경근 작가가 7일 별세했다. 향년 43세. 고인은 10일 경남 김해시 신어공원 추모관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1981년생인 엄 작가는 학창시절 동네 파출소는 죄다 가봤을 정도로 알아주는 문제아였으나, 고2 때 만난 미술 선생님의 권유를 미술을 시작하며 미술 교사 겸 화가로 활동했다. 부산 자유학교를 비롯해 간디학교 남해 상주중학교 등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했고,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 등을 통해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작가의 특이한 사연은 부산일보의 기획 인터뷰 시리즈 ‘인+간’(2011년 7월16일자)에서 ‘미술선생님 된 사고뭉치 꼴통’이라는 기사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이후 EBS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부산 KBS 가족앨범, CBS라디오, 부산 MBC 생방송투데이, 부산 KBS 아침마당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 출연으로 이어졌다. 특히 서울 SBS 러브 FM의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 DJ를 찾습니다 시즌2’에 ‘특이한 선생님’으로 출연해 우승하며 전국구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엄 작가가 소재로 삼고 있는 달동네의 모습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다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아늑함이 느껴져 미술 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의 그림엔 공간을 장악하는 힘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힘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달동네 밤풍경은 작가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칭찬이 많았다.
교육 활동과 미술 작업 외에도 최근까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대안화실 ‘엄살롱’을 운영하기도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공간은 누구나 와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또한 엄 작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남해와 진주에 1, 2호 엄살롱이 개설·운영했고, 다양한 연령대 일반인들이 엄살롱을 거쳐 전시를 열기도 했다.
한창 활동할 나이인 40대 초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많은 미술인과 동료 작가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부고를 알리는 온라인 추모 공간에는 엄 작가에게 미술 수업을 받았던 제자들과 학부모의 애통한 메시지도 넘쳐났다.
한편 8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부산가톨릭방송 공개홀 개소 기념 초대전 ‘엄경근-달빛의 여정전’은 작가의 별세로 인해 취소됐다. 유족으로는 아내 정종은 씨 와 아들 엄상원, 엄장원, 엄성원, 엄도원 군이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