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쿨 ‘FLY’, 라오스에서 미래 감독 꿈 꽃피웠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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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2024’ 11개국 21명 수료
단편 영화 6편 결과물 선보여
우수한 강사진·프로그램 호평
참가자 간 끈끈한 우정 과시도

'FLY2024'에 참여한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FLY2024'에 참여한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부산영상위원회가 아세안 영화인을 길러내기 위해 진행하는 ‘한-ASEAN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2024)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렸다. 우수한 강사진을 앞세운 2주간의 교육프로그램에 FLY 기졸업생들의 애정 어린 조언, 노하우가 더해져 알찬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12일 라오스 비엔티안 랜드마크 메콩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FLY2024’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는 11개국에서 모인 수료생 21명을 포함해 라오스 영화국 시매니 케오카네 부국장, 부산영상위 강성규 운영위원장, 주라오스대한민국대사관 정영수 대사, 강사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강 운영위원장의 인사말로 문을 연 행사는 감사장 수여, 단편 영화 작품 감상, 장학생 발표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2012년 한-아세안협력기금의 후원을 받아 시작된 FLY 사업은 영화·영상 업계의 주역을 꿈꾸는 예비 영화인들을 길러내는 프로그램이다. 각 국의 추천을 거쳐 선발된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매년 아세안 국가 1곳에서 약 2주간 머물며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시행 첫 해 필리핀에서 졸업한 22명의 교육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21명의 참가자가 FLY를 거쳤다.

예비 영화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든든한 강사진은 FLY의 자랑이다. 올해는 이종석, 김성호, 이선영, 최민영, 심현정, 정시은, 김나영 등 한국 영화계를 세계에 알린 영화인들이 멘토로 참여해 학생들과 호흡했다. 먼저 영화 ‘협상’(2018)에서 메가폰을 잡은 이종석 감독과 ‘개를 훔치는 방법’(2014)을 연출한 김성호 감독이 연출 멘토로 참여했다. 영화 ‘보이스’(2021)의 촬영을 맡은 이선영 감독이 촬영 멘토로, ‘설국열차’(2013) 등의 작품에서 후반작업을 맡은 최민영 C-47 포스트 스튜디오 대표가 편집 멘토로 활약했다. ‘아저씨’(2010), ‘올드보이’(2004)로 대한민국영화대상 음악상을 받은 심현정 음악감독과 ‘기생충’(2019) 등에 참여한 정시은 조감독, 3편의 장편 영화와 구글·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맡은 김나영 미술감독도 힘을 보탰다.

이들의 가르침으로 탄생한 단편영화 6편은 개성과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꼬집은 작품부터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작품까지 참여 학생들의 다양한 시각이 영화에 묻어났다. 김나영 미술감독은 “졸업생들이 할리우드 시스템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로 돌아가 각자의 문화와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만드는 선구자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FLY를 졸업하고 관련 업계에서 활약 중인 이들이 교육생들과 만나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업계 근황 등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말레이시아 등에서 라오스를 찾은 졸업생들은 그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하며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한 졸업생은 “교육 과정을 통해 서로 알게 되고 졸업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이어가며 함께 작업을 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여러 국가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제에 함께 참여해 성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최고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졸업식에서는 FLY 프로그램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여 준 교육생들을 위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아카데미의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BAFA 어워드는 미얀마 출신 노 노 린이 수상했다. FLY2024의 협력사인 아퓨처 이미징 인더스트리의 조명 장비를 받을 수 있는 상인 ‘아퓨처 어워드’는 기존 1명에서 올해 2명으로 수상자를 늘렸다. 캄보디아 출신 리티 섹과 라오스 출신 솜숙 쿤사왓이 수상 영예를 안았다.

필리핀, 태국,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 10개 도시를 순회한 FLY 사업은 내년 부산 개최를 끝으로 종료된다. 부산영상위원회 관계자는 “FLY를 거친 아세아 영화인들이 부산에서 활동 중인 영화인들과 교류를 이어오고, 해외에서도 사업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라며 “기존 교육 프로그램에 AI 기술 등을 접목해 사업을 확대 편성하는 방향으로 다음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라오스/비엔티안=탁경륜 기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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