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세나는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의 거리 가깝게 해 줘" 백정호 부산메세나협회 회장
부산지역 43개 회원사 동참
연간 100여 개 단체 지원 '성장'
최근 이사회서 3년 연임 추인
"지역예술 활성화 더 노력할 것"
올해로 창립 30주년이 된 한국메세나협회에 비하면 2021년 말 출범한 부산메세나협회는 이제 겨우 3주년을 맞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걸음마를 떼는 정도지만 2021년 11월 협회 창립 당시 1개 사업 3000만 원을 지원하던 것이 2022년 국비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해 지금은 연간 100여 개 예술단체 사업을 지원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현재 부산 지역 43개 회원사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창립 3주년 기념식과 함께 축하 연주회를 가진 부산메세나협회 백정호(동성케미컬 회장) 회장을 행사가 끝난 뒤 25일 부산 사하구 동성케미컬 본사에서 만났다. 백 회장은 기념식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이 추인돼 내년 2월께 열릴 정기총회에서 3년 연임을 확정한다. “협회 회장단의 주문은 초대 회장이 연임해 메세나협회의 기틀을 더욱 탄탄하게 다져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3년간 부산메세나협회가 이룬 성과도 컸다. 이는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기념식에서 배포된 부산메세나협회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예술매칭펀드지원사업 26건 6억 6800만 원, 지정기부사업 21건 2억 80만 원) △2023년(46건 11억 6500만 원, 44건 4억 1120만 원) △2024년(39건 10억 4000만 원, 48건 6억 6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백 회장은 유형의 실적 외에도 무형의 실적을 강조했다. “우리 협회는 2022년 3월 기획재정부 공익법인 지정을 받았고, 지난해는 부산시의 ‘문화예술후원 활성화 지원 조례’(송현준 시의원 발의)에 협력했으며, 이달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런 무형의 실적들은 협회의 발전과 설립 목적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으로 사회 간접자본 건설과 같습니다. 예술도 경제 발전의 토대와 같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백 회장은 부산메세나협회로 분리 독립하기 전까지는 한국메세나협회 회장단으로 6년간 활동했으며, KBS교향악단 이사장(2021~2024)을 역임했다. 클래식 음악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평창대관령음악제를 10여 년간 후원했다. 예술영재 꿈나무 지원도 관심이 높다. 2018년엔 한국 메세나대회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메세나인상’을 수상했다.
“메세나는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의 거리를 더 가깝게 해 줍니다. 길을 모를 땐 멀어보이잖아요. 기업 스스로 문화예술 단체를 후원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협회를 통하면 한결 수월합니다. 문화예술이 기업과 협력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예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를 풍요롭게 한다면 지역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클래식부산 출범 등 부산의 변화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백 회장은 지난 6월 엘프필하모니를 직접 보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때 조선산업이 번성했던 함부르크라는 도시가 그렇게 가보고 싶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문을 연 엘프필하모니가 궁금해서 찾아갔던 거죠. 정말 멋진 공간으로 변신해 와 보길 정말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부산도 내년 6월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하고, 2027년엔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개관 예정이니 세계적인 클래식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부산에 오더라도 바다만 볼 게 아니라 이제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백 회장은 부산메세나협회 2기 출범을 앞둔 포부도 들려줬다.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부산에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제도와 기틀을 다져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부산메세나협회도 지역 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한층 더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 여정에 많은 부산 기업이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