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대 작가들, 위기의 시대를 예고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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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표 청년 작가 58명
‘디그리쇼’ 공모 당선 전시
13일까지 F1963 석천홀
엄혹한 시대 고발하는 작품

2024 디그리쇼 전시 모습. 부산시 제공 2024 디그리쇼 전시 모습. 부산시 제공

2024 디그리쇼 전시 모습. 부산시 제공 2024 디그리쇼 전시 모습. 부산시 제공

2024 디그리쇼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2024 디그리쇼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혼란한 시대, 위기의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의 일상은 흔들렸고, 많은 이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예민한 감성을 지닌 작가들은 지금의 현실을 미리 짐작했을까.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선 부산의 20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13일까지 진행될 ‘2024 디그리쇼-위기의 계절을 넘어’가 바로 그 전시이다. 원래 ‘디그리쇼’는 2년 전 부산 지역 미술 전공 대학생들의 합동 졸업 작품 전시회로 출발했는데, 올해 참여 대상 작가와 전시 규모, 준비 기간과 기획 등을 대폭 키웠다. 부산 지역 미술 전공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석사·박사 과정의 작가, 졸업 후 3년 이내인 신진 작가까지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했다. 김성연 부산비엔날레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학계와 미술 현장 관계자들이 대거 기획과 심사에 참여하며 명실상부 부산 지역 최고의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전시로 거듭났다.

지역의 미술 전공 학부생, 석박사 과정, 졸업 후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를 모두 포함해도 숫자가 급격히 줄어든 현실에서, 올해 디그리쇼 공모전 참가자가 180명이나 된다는 점만으로도 미술판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공모전 주제이자 전시 주제인 ‘위기의 계절을 넘어’는 지역의 위기, 예술 대학의 위기, 청년 예술가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탄핵 정국과 맞물려 시대의 위기, 일상의 위기까지 담은 전시가 됐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청년 작가의 작품들이 지금의 현실과 맞물려 묘하게 공감, 위로, 감동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찬 ‘견국’. 디그리쇼 제공 김동찬 ‘견국’. 디그리쇼 제공

이설 ‘빈 둥지’. 디그리쇼 제공 이설 ‘빈 둥지’. 디그리쇼 제공

신동기 ‘감천문화마을’ 비디오 영상 작품. 디그리쇼 제공 신동기 ‘감천문화마을’ 비디오 영상 작품. 디그리쇼 제공

180명의 참가자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58명을 선정했으며 참가 대상과 규모를 키운 만큼 선정된 신진 작가들은 한 작품씩 거는 단체전 형식을 벗어나 작가마다 미니 전시 공간을 제공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3점부터 15점까지 배치했다. 전시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 작가인 만큼 전체 전시의 흐름과 동선에 대해선 김성연 부산비엔날레집행위원장이 큰 도움을 주었다. 김 위원장은 비엔날레 업무만으로도 바빴지만, 이번 전시의 취지에 공감해 전문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실제로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전시인 비엔날레를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진행한 김 위원장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서양화, 한국화, 동양화를 비롯해 조소 설치 미디어 디자인 사진 복합 장르 등 현대미술의 전 분야 작품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박사 과정과 졸업 후 3년 이내 신인 작가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전업 작가의 작품들도 대거 만날 수 있다. 사실상 부산 지역 20대 대표 작가들의 아트페어이자 비엔날레급 전시가 된 셈이다.

이희권 ‘방랑자’. 디그리쇼 제공 이희권 ‘방랑자’. 디그리쇼 제공

디그리쇼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디그리쇼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부산시장과 각 대학 총장이 디그리쇼 전시를 찾아 참여 작가들을 격려하고 전시를 감상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장과 각 대학 총장이 디그리쇼 전시를 찾아 참여 작가들을 격려하고 전시를 감상했다. 부산시 제공

2~3m에 이르는 대형 작품도 많으며 몇 개의 대형 캔버스를 붙인 5m 작품도 눈에 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설치 미술 작품과 미디어 아트와 비디오 작품도 눈길을 끈다. 외계인을 닮은 대형 조각,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작품 등 젊은 작가들의 전시에 맞게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은 관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그 어떤 전시보다 한참의 시간을 들여 이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다.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경성대 이상호 교수는 “디그리쇼를 시작으로 아트페어 참여와 갤러리 신진 작가 초대전 등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고 있다.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으로 확산되는 청년 아트 브랜드가 되겠다”고 전했다.

전시 작품은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미술계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작가들은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다. 작품의 판매되면 수수료 없이 참여 작가가 모든 금액을 가져가는 것도 특징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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