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식민지 서민의 삶, 그 시대 만화로 엿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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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 / 전봉관 등 편저

<멍텅구리> 표지. <멍텅구리> 표지.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연재 네컷만화 ‘멍텅구리’가 연재 시작 100년 만에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했다. 제목은 네컷만화 제목과 같은 <멍텅구리>. KAIST 디지털인문학 연구진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철저한 고증 작업으로 총 744편의 에피소드를 오롯이 복원했다.

만화 ‘멍텅구리’는 1924년 10월 13일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를 시작해 약 3년 간 거의 매일 지면에 실렸고, 6년 동안 중단됐다가 1933년 2월 26일부터 다시 연재를 재개돼 그해 8월 2일까지 연재가 이어졌다. 작품은 충청도 만석꾼집 외아들 ‘최멍텅’과 그의 절친인 땅딸보 ‘윤바람’, 그리고 최멍텅이 한눈에 반한 평양 기생 ‘신옥매’를 중심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유쾌하게 담아낸다.

물론 요즘 전세계적으로 잘나가는 K웹툰에 눈높이가 맞춰진 현 세대가 보기엔 그 그림체나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허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1920~193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갈등, 역사 저술가들의 이념이나 선입견에 의해 편집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식민지 현실을 엿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만화의 가치는 차고 넘친다. 당장 책을 통해 식민지 경성에도 이미 음식 배달 문화가 활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다. 당시 서민들이 가장 즐겨 먹던 배달 음식은 설렁탕이었다고.

무엇보다도 회를 거듭할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조선총독부의 강압적인 식민 통치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도 묘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지금도 그럴진데, 당시 나라 잃은 설움을 견디며 가난에 시달리던 조선인이 받았을 위로는 말해 무엇하랴. 전봉관·장우리·이서준·김병준 편저/더숲/846쪽/3만 8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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