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펫! 톡톡] 부산 반려동물 친화도시 문화와 블루오션 산업
"왜 우리 세금으로 강아지 놀이터를 만드냐."
4년 전 부산 지역 한 기초 자지단체에서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위한 주민설명회 때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며 한 말이다.
"반려동물도 간접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동물병원 사료 등으로 이미 반려동물 시장은 5조 원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부가가치세 10%를 국세로 징수합니다. 최소한 5000억 원은 반려동물 복지를 위해 써야 합니다. 사람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하며 설득했고 결과적으로 반려견을 위한 작은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지난 2월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개 식용이 금지된다.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 측면에서 큰 진전이다. 이 법은 개를 식용으로 사거나 팔려고 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동물 학대를 예방하고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부산시가 추진 중인 반려동물 산책 코스 조성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필자는 이 사업이 여러모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산책 코스를 통해 반려동물과 주인 간 상호작용과 소통이 증진돼 '동물 교감'의 효과가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행복감과 주인의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비반려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신 건강 차원에서 건강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산책로가 동물 친화적인 환경으로 조성되면 동물 관련 산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용품, 동물 교감 힐링 산업, 반려동물 서비스 등이 발전할 수 있다. 이는 블루오션 산업으로, 반려동물 관련 창업과 동물 산업 성장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반려동물 연계 지역 관광 산업 측면에서 볼 때에도 산책 코스가 잘 조성되면 지역 관광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므로 반려동물 친화 관광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다. 산책 코스와 연계해 동물 축제의 다양화, 걷기 대회, 해변 물놀이, 동반 요트 타기, 반려동물 미니 운동회, 부산에서 반려동물과 일주일(혹은 한 달) 살기 등 활용될 콘텐츠는 많다.
마지막으로 산책 코스가 반려동물 산업 전반의 동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관련 창업, 반려동물 숙박시설, 반려동물 간식 및 용품 제조 업체 그리고 AI와 연계한 펫 테크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산업의 발전을 끌어내며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반려동물 문화 중심과 관련, 교육 없는 문화가 정착될 수 없고 문화 없는 산업은 사상누각이다. 부산시가 반려동물 산책 코스를 조성함으로써 동물 사랑, 동물 친화 문화도시, 동물 감성 산업, 반려동물 연계 관광 산업, 반려동물 관련 창업은 물론 관련 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 속 한국의 경제 위상에 걸맞게 문화 수준도 강국이 되기를 바라면서 마하트마 간디의 동물 사랑과 관련된 문구로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 나라의 도덕성과 위대함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한다."
2024-06-14 [10:35]
-
[펫! 톡톡] 아내의 산책길 ‘냥줍’에 존경을 보내며…
약 두 달 전 아내와 산책하던 길에 새끼 고양이를 ‘냥줍’(길고양이를 줍는 행위)했다. ‘주웠다’라는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5주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 길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는 어느 지역에서든 길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가 가축화된 것은 5000~8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계절성 번식을 하는 고양이는 봄과 가을에 번식해 새끼를 출산한다. 봄에 번식해 태어난 고양이 새끼들은 생존율이 높지만 가을에 번식해 태어난 새끼들은 생존율이 그리 높지 않다. 가을에 태어나면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고,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고양이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 중 하나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보금자리를 옮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때 사람들이 어미와 떨어진 새끼 고양이가 걱정돼 집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려동물 관련 일을 하는 필자는 어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내는 어린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했으니 동물병원에 가 예방접종도 하고, 밥을 주고 목욕을 시키며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이미 우리 집에는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1마리가 있어, 새로 온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어하지만 한 생명을 지켰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아내는 반려견과 산책할 때 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배낭 안에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주기 위해 소량으로 나눈 고양이 사료와 종이컵이 있다. 필자는 아내 등에 떠밀려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역할을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아내와 필자는 그런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줄 뿐만 아니라 아내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기르고 있다. 아내 역시 이런 행동이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연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내의 고민에 “그 순간에 새끼 고양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그 이후는 고민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지구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의 생명이 살아간다. 각각의 종은 자신의 습성을 유지하고 생활한다. 새끼 고양이도 자연에서 건강히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겨울은 새끼 고양이 혼자 살아남기에는 너무도 버겁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던 새끼 고양이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키우고 있는 아내의 마음 씀씀이에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2023-12-06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