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성 교수의 시간 여행] 지구 산소의 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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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초 과학계에 매우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던져졌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우주생물학 연구진이 독극물인 비소(As)를 기반으로도 살 수 있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연구결과는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 연구 성과임은 물론, 외계생명체 탐색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산소 이외의 물질을 생명의 기반으로 삼는 생명체는 섭씨 100도 이상의 온천수나 수심 수천 m 깊이의 심해저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상 생물들의 대부분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지구 대기에는 처음부터 산소가 존재하였을까? 지구가 탄생한 초기에 지구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늘날 지구생명체의 필수 요소인 산소가 대기에 다량으로 함유되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10억여년이 지난 후이다.
 
 46억년의 지구시간을 간직한 지층에서 지구에 산소가 존재하였음을 말하여 주는 기록들은 세계 도처에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 중 시간적으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호주 북서부의 필바라 지역에 발달되어 있는 약 34억년의 나이를 가지는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이 기록은 최소한 34억 년 전부터 지구에는 산소가 존재하였음을 말해 준다.

 스트로마톨라이트란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류)라 부르는 원핵생물이 집단으로 성장하면서 스스로 석회질을 만들어내고, 또 물속에 떠 있는 퇴적물들을 붙잡거나 몸에 부착시켜 시아노박테리아 군집체의 성장형태가 퇴적층의 형태로 남겨진 기록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반구형 또는 원통형의 모양을 가진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배출하는 생물이다. 지층 속에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달되어 있음은 과거의 시간과 공간에 산소가 존재하였음을 말해 주는 간접적인 기록이 된다.

  지구시간을 통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5억 4천여 만년전 이전의 원생대 지층에 특히 많이 나타나고, 이후 시간인 고생대 지층에서부터는 발달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 이유는 시아노박테리아를 먹이로 하는 생물이 고생대 이후부터 지구상에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간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잘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호주 중서부 해안의 샤크만 하멜린풀과 남서부의 클립튼 호수(사진)이다. 이 두 곳은 다른 지역보다 염도가 매우 높아 시아노박테리아를 먹이로 하는 생물들이 살기가 어려워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잘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샤크만은 자연사적 가치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호주 남서부의 클립튼 호수에서 성장하고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우리나라의 지층에도 여러 곳에 발달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서해 끝쪽인 백령도 바로 아래에 있는 소청도의 원생대 지층에 발달된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이 곳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약 10억년의 나이를 갖으며, 소청도 남측 선착장 부근의 암석에서 잘 관찰할 수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 509호로 지정되어 있다.
 
 강원도 영월군 문곡리에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갯벌에서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약 5억 년 전)가 있으며(천연기념물 제 413호), 경북 경산의 대구카톨릭대학교 교내에는 중생대 백악기의 얕은 호수에서 만들어진 스트로마톨라이트(약 8천만 년 전)가 발달되어 있다(천연기념물 제 512호). 

 이들 외에도 강원도 태백에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경남 진주, 사천, 하동 등지에는 중생대 백악기의 호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비록 우리 주변에서 현재의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볼 수는 없지만, 한반도 시간여행을 통해 우리들은 지구상에 산소를 배출한 최초의 생명체인 시아노박테리아의 사라진 숨결을 엿볼 수가 있다. 

백인성·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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