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허투루 보면 병 키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이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전 세계 500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환자가 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조기 치료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김태오 교수로부터 염증성 장 질환의 특징, 치료법, 유의사항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장 폐색, 장 천공,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염증성 장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2년 4만 6000여 명에서 지난해 5만 9000여 명으로 4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젊은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서구화된 식습관, 생활환경 변화 등의 영향이다.

4년 새 30% 늘고 젊은 환자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환경 변화 영향

식도·소장 등 소화관 만성 염증
장염·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유사
장 폐색·장 천공·대장암 등 유발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해법


염증성 장 질환은 식도, 소장, 대장 등 소화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복통, 설사, 혈변, 피로, 식욕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자다가 대변이 마려워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는 야간 설사, 대변을 보고 나와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증상도 빈번한 편이다. 이로 인해 환자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아직까지 완치할 방법은 없다.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체계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증상을 방치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염증 및 궤양에 의한 장 폐색(장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혀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것), 장 천공(장에 구멍이 뚫려 터지는 것), 대장암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일반인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해 병의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시기로 신속하게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김태오 교수는 "증상이 나아지면 임의로 약을 끊거나 줄이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주치의와 상의 없이 약을 중단하면 여러 가지 이차적 문제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도 모르고 완치도 어렵지만, 담당 의사를 믿고 꾸준하게 관리한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김태오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재발 많고 완치 어려워 꾸준하게 치료해야

염증성 장 질환은 드러나는 증상만 보면 장염, 치질,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으로 오인하기 쉬워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이유 없이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1~2개월 이상 오래 지속될 경우 전문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나 대장 내시경 등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 질환은 증상이 악화되는 시기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시기가 반복된다. 이 때문에 병의 진행 정도에 비해 환자가 피부로 느끼는 증상이 약하거나 병이 다 나았다는 생각으로 병을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재발과 빈혈, 장 천공, 장 폐색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의사와 상의하며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인이 불명확하고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보니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에 의존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수술에 이르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또 환자 스스로 증상이나 음식에 대한 반응, 약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일지 형태로 기록하며 스스로 점검하는 것도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해운대백병원은 2014년부터 염증성 장 질환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SNS를 통해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하고 있다"면서 "염증성 장 질환이라고 하면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 진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