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고 너무 자주 만지면 강아지 성격만 까칠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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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부산 펫&팸 페스티벌 강형욱 훈련사가 알려주는 소통법

지난 9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부산 펫&팸 페스티벌'에는 '견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초청돼 반려견 가족들 앞에서 강아지와의 소통법에 대해 강연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전국 1000만 인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사료와 각종 용품을 만드는 산업 규모도 커져 전국 곳곳에서 반려동물 박람회가 열린다. 반면 동물과 함께 살면서 생긴 고민, 이웃과 갈등 없이 더불어 사는 방법 등 반려동물 문화 저변을 넓히는 축제는 드물다. 이런 축제의 하나로 지난 7~9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1회 부산 펫&팸 페스티벌'(BEFF)을 다녀왔다.

EBS 인기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진행하는 강형욱 훈련사가 '몸으로 말하고 눈으로 들어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방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사려 깊은 목소리로 조용하게 개와 인간의 소통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주인의 감정, 개에 고스란히 전달
산책 좋아하는 반려견 키우려면
개와 함께 야외 활동 시간 즐겨야

여러 마리 한번에 훈육해야 할 땐
견주 사랑 독차지한단 느낌 줘야"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산책이었다. 개가 보이는 이상 행동의 상당 부분은 올바른 산책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극복할 수 있다고 그는 방송에서도 강조한다.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는 개의 경우 밖에서 물을 한 번 먹이고, 귀가 후에도 줄을 바로 풀지 말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줄을 길게 풀어 줘 산책하듯 집안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해 주라는 것이다.

산책을 잘하는 반려견을 원한다면 어릴 때 너무 많은 통제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 훈련사는 주장한다. "개와 함께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지고 가족들이 그 시간을 즐겨야 하는데, 숙제하듯 어떤 의무감으로 동네 한 바퀴 휙 돌고 돌아오는 산책은 엄밀한 의미의 산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통제 대신 귀엽다고 수시로 만지는 것은 어떨까? 강 훈련사는 어릴 때부터 반려견을 너무 많이 만지면 성격을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형견의 경우 이런 잦은 터치가 고관절과 척추, 슬개골 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그런 부위에 염증이나 탈골 문제가 생길 경우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시간 산책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에는 이웃의 민원이나 거부감도 있다. 목줄에 배변 봉투를 챙겨 산책을 나가기 전부터 보호자는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데 반려견들도 이런 감정을 고스란히 감지한다. 이런 감정 상태에서 다른 동물이나 어린이를 만났을 때 과하게 짖거나 달려드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강 훈련사의 진단이다.

따라서 산책뿐 아니라 반려견을 키울 때 견주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반려견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보호자가 침착하게 대응하면 반려견도 침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강연에 보호자들이 집중하는 반면, 반려견들은 모처럼 모여든 친구들과 주변 분위기를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살피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집 안에 있을 때는 괜찮은데 산책만 나가면 마구 짖고 무는 몰티즈 견주가 어떻게 행동을 개선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졌다. 몰티즈나 푸들은 예민하고 주인의 애정을 수시로 확인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애교도 많지만 공격 성향도 비례해서 많다고 강 훈련사는 설명했다.

산책 나갔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짖고 무는 것이 사회적 행동으로 굳어졌거나 크게 놀란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산책 나갈 것처럼 목줄 등 준비물을 다 챙겨 놓고는 곧장 나가지 말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 보라고 강 훈련사는 조언했다. 그렇게 시간 보내는 장소를 집 안에서 문밖으로, 엘리베이터로, 아파트 입구로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 보라는 것이다. 이것이 '행동 끊기' 방법이다.

집 안에서 개를 한 마리 이상 키우는 가정도 많다. 이럴 때 각각의 개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애정을 똑같이 분배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로지 견주만 바라보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이 반려견이기 때문에 그 사랑을 다른 개와 나눠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각각의 영역을 견주가 명확하게 구분지어 줘야 개 사이의 지나친 경쟁과 다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 자신이 보호자의 사랑을 온전히 독차지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줘야 다른 개와 경쟁을 덜 하게 된다"며 강 훈련사는 "여러 마리를 데리고 한꺼번에 산책 나가는 것보다 따로따로 산책시키고 개와 견주가 일대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견 가정의 경우 견주가 관계의 중심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 훈련사는 강조했다.

또 강 훈련사는 개의 사회성을 포괄적·제한적·폐쇄적 사회성, 3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든 좋아하는 포괄적 사회성은 비글, 비숑프리제, 시베리안허스키 등의 견종에서 대체로 많이 나타난다. 제한적 사회성은 가족 외 다른 사람은 일단 의심하지만 친구는 될 수 있는 상태이고, 가족만 따르고 특히 가족 중 한 사람만 따르는 경우 폐쇄적 사회성으로 본다.
 
가게에서 개와 함께 지내는 한 견주가 산책도 자주 시키는데 왜 들어오는 손님마다 과하게 짖는지 모르겠다고 해결 방법을 묻자 강 훈련사는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는 것은 개의 본성이기에 가게에 수시로 손님이 불쑥 들어오면 개는 민감해질 수 있다"며 "가게 앞에 사료나 간식을 매달아 놓고 손님이 들어올 때 개에게 주도록 해 보라"고 권했다.

반려견 가족이 아닌 이웃 입장에서 사납게 짖는 개를 만났을 때 대처법도 알려줬다.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무릎을 대고 가만히 앉아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잠잠해지면 일어나 몇 발짝 움직이고 짖으면 다시 앉는 식으로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침착해진다고 강 훈련사는 조언했다.

반대로 견주 입장에서 긴장한 반려견을 진정시킬 때는 하품을 하고 손바닥을 보여 주라고 했다. 손바닥을 보여 주는 것은 '괜찮아'라는 의미의 보디 랭귀지이고, 하품은 견주가 그만큼 편안한 상태라는 점을 인식시킨다고 강 훈련사는 설명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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