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 차별’ 언제까지 당해야 하나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이 물을 마셔야 합니까?”
350만 부산 시민이 마시는 낙동강 표류수가 ‘오염 덩어리’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던지는 질문이다.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30년 가까이 부산의 식수원인 낙동강 사정은 나아지기는커녕 ‘4대강 사업’ 이후 공업용수 수준으로 전락했다. 반면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보다 깨끗한 댐물을 마신다. 정부와 부산시, 정치권이 ‘물 차별’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등 시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낙동강 취수원 COD 6.8
공업용수·농업용수 수준 수질
팔당·대청·주암호와 큰 차이
수돗물 원가 비싼데 수질 더 나빠
16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취수장이 있는 물금의 낙동강 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6.8㎎/L로 2009년 7.1㎎/L을 기록한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수질을 공업용수 또는 농업용수로 간주한다.
반면 지난해 팔당호(수도권 상수원) COD는 3.8㎎/L, 대청호(대전·충청권 상수원) 4.8㎎/L, 주암호(광주·전남권 상수원) 3.4㎎/L으로 각각 나타나는 등 이 지역 주민들은 부산 시민보다 훨씬 좋은 물을 마신다.
원수의 수질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부산과 수도권이 마시는 수돗물도 질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해 부산 덕산정수장의 수돗물에는 다이옥산 등 유해유기물이 최대 0.002㎎/L 검출됐고, 유해무기물의 최대치로 불소 0.16㎎/L, 질산성질소 2.9㎎/L, 붕소 0.08㎎/L 등을 기록했다. 반면 팔당호 물을 끌어 쓰고 있는 서울 광암정수장 수돗물에서는 다이옥신과 불소가 아예 검출되지 않았고, 질산성질소 최대치 2.4㎎/L, 붕소 최대치 0.02㎎/L으로 부산보다 수질이 양호했다. 그럼에도 부산 수돗물의 생산원가는 924.52원(2017년 기준)으로 서울 702.54원보다 220원이나 더 비싸다. 부산 시민들이 더 비싼 돈을 주고 더 더러운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물 문제만 놓고 본다면 정부가 부산 시민을 사실상 ‘2등 국민’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최소남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 상임대표는 “돈은 돈대로 내면서 더 더러워진 물을 마신다면 물이용부담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부와 부산시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이제는 머리를 맞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역 요구가 높다. 특히 부산시가 지난 5일 시가 남강댐물 확보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다른 취수원을 찾겠다고 선언(본보 지난 6일 자 1·3면 보도)한 만큼 이들 세 주체가 취수원 다변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지난해 낙동강 녹조 사태와 같은 비상시에는 '수리권'을 적극 행사해 비상급수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이달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에 부산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면서 "정부는 차별 당하고 있는 부산의 먹는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