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 차별' 더는 안 된다] 4. 새 취수원 논의 급물살
낙동강 중·상류 물 ‘특정지역 독점’ 개선… 취수원도 다변화해야
수리권(水利權). 특정인이 하천의 물을 이용하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물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과거부터 특정 지역에서 수리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낙동강 물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로 꼽혔다. 결국 지자체 사이 물 문제를 둘러싼 불신과 대립이 끊임 없이 반복돼 왔고 부산의 취수원 다변화 정책도 늘 답보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이 “남강댐물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본보 지난 6일 자 1·3면 등 보도)하는 등 부산과 경남 사이 불신의 벽을 허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양 광역단체의 대체 취수원 확보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 시장, 남강댐 포기 선언 이후
경남도 “수질 개선 최우선 추진”
양 지자체 실무진 의견 교환 활발
환경부 용역 MOU 체결 나설 듯
낙동강 본류 합류될 깨끗한 물
역외로 빠져나가 수질 악화
주기재 부산대 교수 “낙동강 물
종합적 활용 충분히 고려해야”
■취수원 논의 다시 물꼬
“말도 마이소. 경남에서 물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 부산시의 취수원 다변화 정책 담당자의 발언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산시의 남강댐물 확보 정책 공식 폐기 후 부산과 경남 사이 취수원 관련 논의가 재개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시는 경남과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양 지자체의 정무·실무진 사이에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 역시 남강댐물을 먹는 서부경남 지역과 달리 동부경남 지역은 부산과 같이 오염된 낙동강 물을 마시기 때문에 먹는물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남강댐물 이외의 대체 취수원을 확보해 창원과 김해, 양산 등 동부경남 지역과 부산을 함께 엮어서 먹는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지난 11일에도 “부산시의 남강댐물 확보 정책 폐기를 환영한다. 낙동강 수질 개선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화답한 바 있다. 경남도는 또 “이를 위해 정부가 진행 중인 ‘낙동강 통합 물관리 연구’ 용역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낙동강 먹는물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해당 용역과 관련, 올 4월 28일 대구·경북·울산·구미가 용역에 협조하겠다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유독 부산시와 경남도만 MOU에서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환경부와 부산시, 경남도가 별도로 해당 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양 광역단체는 상호 존중과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먹는물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며 “적어도 올 연말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댐 활용 다시 생각해야”
사람들은 마시지 못하는 1급수의 깨끗한 물이 공장으로 흘러간다면 누구나 비상식적으로 여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낙동강수계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영천댐(경북 영천)에 저수된 물이 포항제철 등 포항공단으로 공급된 양만 해마다 5400만t에 달한다. 영천댐에는 물을 포항지구 공업용수로 공급하기 위해 138m에 이르는 취수탑과 포항공단 쪽으로 연결된 26㎞ 길이의 지하송수로까지 설치돼 있다. 영천댐은 또 임하댐(경북 안동)과 연결된 53.1㎞ 수로관을 통해 매년 약 6500만t의 물을 공급받고 있다. 중·상류 댐에서부터 낙동강수계를 타고 흘러야 할 물이 본류가 아닌 역외 특정 지역으로 빠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 두 댐이 없었다면 그 물이 낙동강 본류로 그대로 합류되기 때문에 수량이 훨씬 많아지고 수질도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재인 물이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특정 공단에만 공급되는 특혜가 주어졌고, 하류 지역 주민들은 더러운 물을 마셔야 하는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취수원 다변화 정책과 함께 특정 지역에서 수리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낙동강수계 다목적 댐, 다기능 보 등 28개 시설에 대한 활용 방안을 재정립·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게다가 각종 댐과 보는 물과 모래의 이동을 차단해 수질 악화에 영향을 끼치고, 낙동강을 구간 별로 나눠 유속을 느리게 하는 등 유해 조류 번성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민중혁 박사는 “강의 유속이 줄어들어 물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수백가지의 식물 플랑크톤(조류)이 좋아하는 환경조건이 조성돼 녹조가 번성하며 수질 오염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낙동강 상류 영주댐이 ‘애물단지’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주댐은 1조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총 1억 8000만t을 저수할 수 있는 대규모 댐으로 건설됐지만 현재 저수량은 약 10만t(0.05%)에 그친다. 또 2016년 완공 이래 3년 동안 녹조 현상이 끊이질 않고 파이핑(용출) 현상으로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주댐은 낙동강의 주 모래공급원인 내성천을 가로막아 모래 이동마저 차단하고 있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낙동강 본류로 쏟아져야 할 물이 낙동강 상류에서부터 역외로 새면서 낙동강 하류 부산지역에 물 공급이 줄어들어 부영양화 등 수질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낙동강 물을 종합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한 고려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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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