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세계해양포럼] 아지즈 바카스 기조강연
“빙하 녹으며 새 북극항로 개설될 때 ‘부산항’ 위상 변화 주목”
올해 세계해양포럼의 문을 연 첫 기조강연자 아지즈 바카스는 왼쪽 팔과 다리에 약한 마비 증상이 생겨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열띤 강연으로 청중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바카스는 미래 세계 해양의 9가지 ‘메가 트렌드’를 △중국 중심으로의 무역 루트 변화 △경제 흐름과 힘의 변화 △새로운 해운 수단 △인공지능과 안면인식 등의 디지털 혁명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변화 △인구구조 변화 △서비스 변화와 평생 학습 △전 지구적 고대사의 발견 △해안도시 보호 등으로 꼽았다.
中 중심 무역 루트·경제흐름 변화 등
세계 해양 9가지 ‘메가 트렌드’ 제시
“놀라운 성취 보인 한국, 현실 안주 말길
해양산업→우주산업 연결 방법 찾아야”
우선 중국의 부상에 대해 바카스는 중국이 6개 경제 회랑을 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연결하는 육로, 아프리카와는 해양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펴 이 길로 자원과 물자를 운송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며 과거 미국보다 훨씬 넓고 강한 영역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개설되는 것도 무역루트의 주요 변화다. 중국 상하이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가는 북극항로가 개설될 때 부산항도 큰 위상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인도에서 남미 수리남으로 이주한 우리 가족들은 동네 항구에 정박한 한국 어선들을 보며 한국을 처음 접했다”며 “과거에는 어선과 화물선 등 여러 선박들이 세계 많은 곳을 누볐지만 갈수록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세계화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흐름의 쇠퇴를 의미하는 이 슬로벌라이제이션의 시작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였다. 바카스는 “2008년 이후 계층간 불평등, 중산층 감소와 양극화, 빈곤이 심화되면서 전쟁의 씨앗이 자라고, 극우 혹은 극좌 포퓰리즘이 득세할 토양이 조성되고 있다”며 “사회적 분노와 이를 조장하는 정치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지만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과 분노를 해결하는 데 지도자와 사회 구성원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운 부문에서 새로운 운송수단의 등장도 새로운 트렌드다. 바카스는 자율주행 트럭과 첨단 네트워크가 연결된 스웨덴 항만과 하이브리드 비행선 사례를 들었다. 4차산업혁명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는 3D프린팅이 집을 프린터로 지을 정도로 발전한 만큼 앞으로는 국가간 물류 유통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바카스는 세계 각국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천연가스 채굴로 인해 앞으로 에너지 가격은 지금보다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고, 양적 완화 정책으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돈을 구하는 일이 과거보다는 쉬워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해 바카스는 “향후 100년간 평균기온 1~2도 상승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금부터 100년 전에 이미 독일에서는 해수를 사용해 증기만 배출하는 선박 모델을 고안했다”며 “글로벌 워밍을 글로벌 쿨링으로 바꾸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학기술이 풀어나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채식주의자용 고기 생산, 인공 자궁을 활용한 양 생산 등을 소개한 바카스는 미래 인구 변화에 대비해 인공 자궁을 인간 생산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제 후 토론에서 바카스는 과거 놀라운 성취를 보인 한국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보다 더 도전적인 자세로 발전을 구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카스는 “위대한 것은 안주하면 나오지 않는다. 계속 도전해야 한다”며 “ 오늘날 대부분의 혁신은 과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서 일어난다.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통해 기술 선진국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은 해양산업을 항공우주산업에 연결할 방법을 찾는 데서 미래 발전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