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150세 시대’ 노화는 정복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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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 데이비드 싱클레어

저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Brigitte Lacombe)와 후성유전체에 과격한 조정 속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자 와딩턴의 ‘와딩턴 경관’ 그림. 부키 제공 저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Brigitte Lacombe)와 후성유전체에 과격한 조정 속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자 와딩턴의 ‘와딩턴 경관’ 그림. 부키 제공

〈노화의 종말〉은 매우 충격적이다. 자연적인 생로병사를 거스르는 주장 때문이다. 인간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자연 과정이 아니란다. 이 책은 ‘노화는 질병’이라고 단언한다. 질병이니까 정복할 수 있고, 정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변화를 혁명의 출발점이자 인간 진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내세운다. 인간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블라바트닉연구소 유전학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다. 노화와 유전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MIT에서부터 하버드대까지 25년간 관련 연구를 한 전문가다. 책의 부제는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다.


미 하버드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소개

‘노화는 질병이자 만병 일으키는 어머니’

기존 생로병사의 새 패러다임 전환 시도


실상 저자가 말하는 노화는 근원적인 것이다. 서양 의학은 노화와 질병을 분리시켜 왔다. 질병에 주목하면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100년 전 160가지에서 지금은 1만 4000가지까지 꼽는다. 그만큼 세밀화 됐다. 하지만 저자는 노화와 질병을 분리시키는 관점을 뒤집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다. 심장병 치매 암 같은 것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더 큰 무엇’의 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무엇’이 노화다. 노화가 질병이며, 만병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노화는 왜 일어나는가. 저자에 따르면 ‘(유전)정보의 상실’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하게 보면 DNA 유전자 정보와 다른 ‘후성유전체(epigenome)’ 정보의 상실 때문에 노화가 온다는 것이다. 후성유전체는 어느 유전자를 켜고 잠재울지 세포에게 알리는 제어시스템으로, 세포 내 구조를 총괄한다. 이 후성유전체가 엉뚱하게 작동하는 ‘후성유전적 잡음’ 때문에 늙고 병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건반을 잘못 쳐 연주를 망쳐버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우리 DNA는 시시때때로 아주 많이 손상되는데 그 손상된 DNA 복구가 제대로 안 돼 세포에 심한 손상이 일어나는데 그게 질병의 근원인 노화라는 것이다.

현재 나노 수준에서 유전자를 들여다보는 과학은 장수 유전자 22개 이상을 찾았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이 찾을 거다. 그중에서 저자가 연구하는 장수 유전자는 서투인(sirtuin, 시르투인)이란 장수 효소를 만든다고 한다. 서투인은 어떤 역할을 하나. 우리 몸이 스트레스나 공격을 받을 때 우리 몸을 지키라는 신호를 보낸다. 암 심장병 당뇨병 따위 질병과 싸움도 한다. 이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획기적인 생활 속 장수 비법은 ‘적게 먹기’(간헐적·주기적 단식) ‘육식 줄이기’ ‘격렬한 운동하기’ ‘몸 차갑게 하기’ 따위다. 이런 것들이 ‘후성유전적 잡음’을 줄인다. 반면 이 ‘잡음’을 늘리는 건 담배, 각종 공해와 화학물질, 절인 고기, 방사선 따위다.

여하튼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물질은 속속 발견되고 있다. 500가지가 넘는 화학반응에 쓰이는 보조인자 ‘NAD’는 우리 몸의 모세혈관을 활성화해 혈류가 좋지 않은 근육 부위까지 활동하게 만든다. 이스터섬에서 발견된 ‘라파마이신’, 당뇨약으로 쓰이는 ‘메트포르민’, 포도 껍질에서 생산되는 ‘레스베라트롤’, NAD를 증진시키는 화학물질 ‘NMN’ 등등은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물질이다. 이런 것들이 지구력 균형감각 속도 근력 기억력을 향상시켜 건강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심지어 생식력 회복이라는 노화 역전까지 일으킨다.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이미 약품화되었다. 앞으로는 ‘건강 백신’ 형태로도 만들어져 상용될 거라고 한다.

장수한다고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경제적 빈부, 인구 문제, 환경 문제 따위 숱한 문제가 있으나 저자는 낙관한다. 사피엔스는 한계를 모르는 종이라는 거다. “인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다.” 아프면서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 있게 150세까지 살 거라고 한다.

“노화는 불가피한가. 불가피하지 않다.” 그러면서 저자는 3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열량 섭취를 줄여라”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마라” “양치질하듯이 운동하라”. 책은 재미있게 잘 읽힌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등 지음/이한음 옮김/부키/624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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