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굴 가격 ‘고공 행진’에도 웃지 못하는 양식업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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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통영의 한 생굴 작업장에서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새벽 녘 채취해 온 굴의 껍데기를 벗겨내자 뽀얀 알맹이가 속살을 드러낸다. 김민진 기자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통영의 한 생굴 작업장에서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새벽 녘 채취해 온 굴의 껍데기를 벗겨내자 뽀얀 알맹이가 속살을 드러낸다. 김민진 기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합니다.” 본격적인 생산 시즌에 돌입한 남해안 굴의 초반 기세가 심상찮다. 시작부터 몸값이 천정부지다. 생산 어민 입장에선 반색할 만한데, 마냥 달갑지만도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나친 가격 상승은 소비자 거부감을 키워 되레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현장에선 벌써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한숨도 나온다.


여름 빈산소수괴 영향 생산량 급감

굴 산지 가격, 예년보다 40% 급증

2년생 월하굴 대량 폐사 후유증 커

소비 위축 속 김장 특수 놓칠까 우려


국내 최대 굴 생산자 단체인 경남 통영의 굴수협에 따르면 지난 22일 초매식(첫 경매) 이후 생굴 산지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3일엔 10kg들이 1상자 평균가격이 12만 8000원을 기록했다. 최고가는 14만 8000원을 찍었다.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째 평균 1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조합 공판장 개장 이후 10월 위판가격으론 역대 최고가다. 평년보다 가격이 좋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40% 이상 급등한 수치다. 수협 관계자는 “이맘때, 이런 가격대는 처음”이라고 했다.

가장 큰 요인은 수급 불안이다. 코로나19 악재에도 제철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기획한 ‘대한민국 찐 수산대전’이 소비자 반응을 끌어내는 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해수부와 전국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전통시장이 손잡고 수산물 구매 시 20%(1인당 최대 1만 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전이다. 할인 비용을 해수부가 부담해 판매자에게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수협 관계자는 “판매점 자체 이벤트까지 더하면 소비자는 최대 50%까지 할인 받는다. 이를 통한 소비가 상당하다”고 했다.

관건은 공급이다. 지난여름 경남지역 해상 양식장은 이례적인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 현상에 초토화됐다. 진해만 일대 양식장(2229ha)의 절반이 넘는 1225ha에서 떼죽음 피해가 발생했다. 공식 집계된 피해 규모만 941건, 101억 5600만 원 상당. 이 중 절반 이상이 굴 양식장이다. 경남지역 전체 굴 양식장을 놓고 보면 20%에 해당한다.

지난 22일 열린 2020년 생굴 초매식. 김민진 기자 지난 22일 열린 2020년 생굴 초매식. 김민진 기자

특히 ‘월하굴’ 대량 폐사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다. 월하굴은 지난해 입식해 해를 넘긴 2년생 굴이다. 알맹이가 커 시즌 초반 물량을 담당한다. 올해 초 입식한 1년생 굴이 성장하는 동안 부족한 공급량을 채워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굴수협은 15일로 예정했던 초매식을 일주일 미뤘었다. 그런데도 공급난은 계속되고 있다. 가공업계 관계자는 “폐사 피해가 커 아직 (출하)개시도 못한 작업장이 많다”고 전했다.

가격 상승에 따른 역풍 우려도 크다. 이 관계자는 “당장 할인행사가 없다면 일반 소비자가 사 먹기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할인이 끝나면 소비가 급감해 가격도 폭락할 수 있다”면서 “등 돌린 소비자를 붙잡으려 또 할인하고, 이를 위해 어민은 원료를 헐값에 파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김장철이다. 굴 양식업계는 초매식을 기점을 이듬해 6월까지 8개월여 간 생굴을 생산한다. 이 기간 중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서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 말까지를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 필수 재료가 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된 노동에 따른 ‘김장 스트레스’ 탓에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정은 해마다 줄고 있다. 게다가 올해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배추를 비롯한 각종 김장재료 값이 부쩍 오른 탓에 비싼 굴은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비가 주춤하는 게 감지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공급이 원활해지고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 지금 추세가 내달 중순까지 이어지면 정작 중요한 김장 특수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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