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 악취는 없다”…제주양돈농협의 놀라운 재처리 시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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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누운오름로에 위치한 제주양돈농협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 전경.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제주시 한림읍 누운오름로에 위치한 제주양돈농협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 전경.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즐기지만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의 뒷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른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축산 분뇨가 발생시키는 악취에 대해 둔감하다. 도시에서는 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산농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악취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축산분뇨가 생기지만 어떻게 처리되는지에도 무감각하다.

2017년 제주도에서는 축산 분뇨 무단투기 사건이 발생해 도민들의 큰 분노를 부른 적이 있었다. 일부 축산 농장이 분뇨를 토양에 그대로 묻어 분뇨가 그대로 지하로 스며들었다. 특히 제주도는 숨골이라는 지층과 같이 지하로 잘 스며드는 토양을 갖고 있어 분뇨가 지하수로 그대로 유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많았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자신만의 여건에 맞는 환경친화적인 가축분뇨 처리가 시급했다. 26일 농식품부 기자단이 찾은 제주양돈농협의 공동자원화시설은 가축 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재처리하는 곳으로, 이 분야 선두주자라 할 만했다.

제주시 한림읍 누운오름로에 위치한 이곳은 돼지가 배출한 분뇨를 모아 퇴비와 액상비료, 정화수로 만드는 곳이다. 2019년 6월 문을 열었다. 하루 296톤의 분뇨를 반입한 뒤 고액분리한 후 일부는 톱밥과 함께 섞어 퇴비를 만들고 일부는 액비로 만든다.

특히 액비를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화하는 공정도 있는데 이를 거치면 수돗물보다 깨끗한 정화수가 나온다. 액비는 차량으로 운반돼 제주도 곳곳의 농가에 뿌려진다.


제주양돈농협 자축분뇨 공동자원화 공장 시설 내부. 분뇨의 부유물을 걸러 액비를 만드는 공정인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제주양돈농협 자축분뇨 공동자원화 공장 시설 내부. 분뇨의 부유물을 걸러 액비를 만드는 공정인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제주환경개발의 검사 결과, 이곳에서 처리된 정화수는 수돗물이나 시중에 파는 생수보다 깨끗했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수질기준은 30ppm인데 이곳에서 만든 정화수는 0.1ppm이었다. 거의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증류수에 가까운 수준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지사 시절, 이곳을 방문해 정화수를 마시는 장면도 비디오를 통해 방영됐고 기자들도 이날 정화수를 마셨다. 그냥 똑같은 물맛이었다.

시설 곳곳을 둘러봐도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거의 완벽한 축산분뇨 재처리시설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전국에서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공동자원화시설 34개소가 사업을 포기했다는 게 농식품부측의 설명이다. 자신들의 주변에 이같은 처리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제주양돈농협의 재처리 시설은 시설용량상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축산분뇨의 15%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가로부터 분뇨 처리비로 톤당 3만원 정도를 받지만 이는 시설 운영비에도 못미쳐 적자사업이다. 정화수를 외부에 판매하는 일도 환경규제로 인해 불가능하다. 해결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아 남은 셈이다.

제주양돈농협 관계자는 “제주도 260개 농가에서 52만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며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려면 농가와 주민 모두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공동자원화시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도와 도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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