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엔 멈추자”… K팝 콘서트 부산원아페 전격 취소(종합)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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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행사 줄줄이 취소·축소

매년 10만 인파 몰리는 부산불꽃축제
광안리해수욕장 좁은 골목 많아 우려
시, 개최 여부 31일 최종 결정키로
부산 북구 등 기초지자체, 축제 축소
공연 없애고 체험프로그램만 운영
진주남강유등축제선 유등만 점등키로
진영단감축제도 공연 없이 판매행사만

30일 한 시민이 핼러윈을 앞두고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꽃다발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한 시민이 핼러윈을 앞두고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꽃다발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여파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K팝 콘서트를 비롯한 부산·울산·경남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매년 약 100만 명이 찾는 부산불꽃축제도 연기되거나 취소될 상황에 놓였다.

부산시는 30일 오후 7시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2022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K팝 콘서트를 취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압사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정부가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한 데 따른 결정이다.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은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관광공사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주관하는 한류 행사다. 이날 콘서트에는 국내 가수 13팀이 무대에 올라 관객 4만여 명이 몰릴 예정이었다.

부산시 구·군 지역 축제도 축소됐다. 부산 북구청은 이날 구포나루축제 중 핼러윈 페스타, 갈대축제 등 공연을 취소하고 전시와 체험 부스만 운영했다. 금정구청도 금정산성 축제 중 공연과 폐막식 행사를 취소하고, 체험 부스와 먹거리존만 운영했다. 남구청은 오륙도사랑 걷기대회를 취소했고, 기장군청도 차성문화제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다음 달 5일 예정된 부산불꽃축제는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부산불꽃축제는 매년 약 100만 명이 찾는 대형 축제로, 코로나19 탓에 올해 3년 만에 정상 개최될 계획이었다. 부산시는 논의를 거쳐 31일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광안리해수욕장 주변도 좁은 골목이 많아 이번 사고 현장과 유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광안해변로와 접한 13개 도로 중 11개는 도로 폭이 5~7m인 좁은 골목이다. 이태원 참사도 폭이 4m에 불과한 골목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발생했다.

전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핼러윈 퍼레이드 페스티벌에 자녀와 함께 다녀왔다는 40대 손 모 씨는 “퍼레이드가 끝나고 드론쇼를 보기 위해 바닷가 쪽 인도에 사람들이 집중돼 몸이 의지와 다르게 떠밀리기도 했다”며 “이태원 사고를 접하고는 광안리에서도 같은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SNS에서도 부산불꽃축제 참가 경험을 언급하며 사고 위험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부산불꽃축제에 간 적 있다는 한 이용자는 “여기서 넘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며 몇 번이나 정신줄을 붙잡았다”며 “인파가 몰릴 게 걱정돼 끝나기 전에 나왔는데도 죽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불꽃축제에서 넘어진 채 사람에게 밟혀 깁스한 경험이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30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아시아드주경기장 입구에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따라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행사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30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아시아드주경기장 입구에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따라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행사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가 공식적인 축제 개최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선포한 국가애도기간에 개최일이 포함되는 만큼 예정된 날짜에 축제를 그대로 강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최에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우리가 불꽃을 펑펑 터뜨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에서도 예정된 축제와 행사를 축소 또는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10일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진행 중인 진주시는 다음 달 3일까지 유등만 점등한 채 드론쇼, 불꽃놀이 등 공연 행사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다음 달 2일부터 6일까지 예정된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도 야외 행사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천시농업인축제는 폐막일인 30일 행사를 일부 취소했고, 김해시는 다음 달 4일부터 6일까지 마련하는 진영단감축제를 공연 없이 판매 행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28일 시작한 마산국화축제 역시 내달 6일까지 오후 6시 이후 축제장 입장을 금지했다. 거제섬꽃축제도 폐막일인 다음 달 6일까지 안전요원을 증원 배치하고, 문화공연은 축소하는 등 전시 위주로 행사를 축소한다.

경남도는 30일 도민의 집 등에서 진행하는 핼러윈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의령군도 이날 ‘청소년 한마음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통영시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디피랑도 핼러윈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고,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도 30일 별도 폐막식 없이 마감하기로 했다.

다음 달 1일부터 3일간 울산에서 열리는 제20차 세계한상대회는 일단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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