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남 먼저 챙기는 동생이었는데”… 황망한 유족, 허탈·비통
빈소 차려진 부산… 안타까운 사연
올해 대학 간호학과 진학 A 씨
친구와 이태원 갔다 함께 숨져
서울 한 병원에 취업했던 C 씨
회사 동료와 찾았다 사고 당해
유족, 지자체·경찰 대응에 불만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고 희생자 가운데 3명이 부산으로 옮겨졌다. 울산과 경남 지역으로도 모두 5명의 희생자 시신이 옮겨졌다. 지역에 마련된 사고 희생자들의 빈소엔 비통함이 가득하다.
31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20대 여성 A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장례식장 앞에는 A 씨를 애도하는 화환이 잇따라 도착했고, 유족과 지인들은 장례식장 안에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 지역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 씨는 지난달 29일 친구 1명과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부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A 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일을 그만두고 올 3월 전남 지역 한 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A 씨의 두 살 터울 오빠 B 씨는 A 씨를 항상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동생이라고 회상했다. B 씨는 “동생은 자신이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줄 정도로 따뜻한 사람이었다”면서 “이런 성향 때문에 간호사가 되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야 A 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평소 동생이 가족들과 연락을 잘하는 편인데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이태원에 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족 측은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몰라 A 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가 되지 않았고, 휴대전화가 경찰서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경기도의 한 병원에 동생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A 씨와 함께 이태원을 찾은 친구도 심폐소생술로 잠시 회복됐다가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B 씨는 “지난 추석에 동생 얼굴을 봤는데 그때가 마지막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동생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도 모른 채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울먹였다. 이어 “동생의 시신을 직접 보니 누군가 때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훼손이 엄청나게 심했다”면서 “동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을지를 생각하면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2시께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도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20대 C 씨의 유가족은 침묵을 지킨 채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C 씨는 부산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올해 초 서울의 한 병원에 취업했다. 그는 사고 당일 회사 동료 5명과 이태원을 찾았고, 다른 동료 1명과 함께 잠시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무리에서 이탈한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 오빠는 “동생 지인이 가족에게 동생이 실종됐다는 연락을 전달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지난주 수요일 서로 안부를 확인한 것이 가장 최근 연락이었다”고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유족은 지자체와 경찰 등의 대응 속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조카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가족들이 관할 경찰서에 전화해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고 한참 이후 사망 통보 사실을 전달받았는데 지자체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