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늑장’ 총경급 2명 수사 의뢰, 지휘관급 수사 본격화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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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보고 체계’ 수사 상황

서울경찰청 류미진 상황관리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대기발령
윤희근 청장 2시간 후 보고 받아
특수본, 당일 근무일지 등 확보

임현규 신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규 신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상부 보고를 늦게 해 사태를 키운 책임을 물어 총경급 경찰 간부 2명을 대기발령했다. 무너진 경찰 보고 체계가 명백해지면서 이태원 압사 사고 원인 파악과 동시에 직무 유기 등 당시 경찰 상부 대응 책임을 추궁하는 수사도 본궤도에 올랐다.

3일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경찰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서울경찰청 류미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사고 관할 지역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했다.


참사 당시 현장 대응과 112상황실에서 경찰 지휘부로 이어지는 보고가 늦어져 상황이 악화했다는 지적에 대한 감찰이 수사로 전환된 것이다.

참사 당일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 총경은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서울경찰청장에게 치안 상황을 보고하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경우 평일에는 경정급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이 상황관리관을 겸하고, 휴일과 공휴일에는 다른 총경급 경찰이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선다. 상황관리관 당직은 24시간으로 주·야간 근무한다. 류 총경은 치안 상황을 총괄 관리·보고할 의무를 게을리해 참사를 뒤늦게 파악하고 늑장 보고를 한 사실이 감찰에서 확인됐다.

이 총경은 사고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장으로서 현장 지휘와 보고 등 긴급 상황을 총괄할 의무가 있으나, 현장에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상부 보고 또한 늦게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 총경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참사 발생 1시간 19분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4분 처음 보고했다. 당시 집에 있던 김 청장은 이 전화를 받지 못해 2분 뒤인 오후 11시 36분 이 총경에게 전화를 걸어 참사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사고 발생 1시간 21분 만에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사고 발생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경찰청은 전날 이 총경을 대기발령하고 이날 업무태만을 이유로 류 총경 역시 대기발령 조치한 뒤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류 총경과 이 총경의 ‘늑장 보고’ 탓에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이어지는 경찰 수뇌부가 2시간 가까이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윤 청장은 참사 발생 후 1시간 59분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0시 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참사를 처음 파악했다. 전날 오후 11시 1분 최초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사고 사실을 늦게 안 것이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43분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 발령을 하고 오후 11시 13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는 동안 경찰 수뇌부는 제대로 된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책임 규명 수사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수본은 전날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정보과 등지를 압수수색해 참사 당일 근무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중대한 업무 태만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들에게 직무 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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