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기관장들 줄줄이 입건… ‘책임자 수사’ 이제 윗선 향해 간다
경찰청 특수본,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현장 상황 파악 못 해 늑장 보고 부실 대응
용산서장 등 2명에는 직무유기 혐의도
향후 경찰청·행안부·서울시 수사 검토
경찰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면서 책임자 추궁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관장들이 일제히 수사선에 오르면서 향후 수사가 경찰 수뇌부와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으로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 전 서장(총경)과 박 구청장, 최 소방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총경과 류 총경은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관할 경찰서장과 서울청 112 상황관리관으로서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윗선 보고 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늑장 보고와 부실한 현장 대응 등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이유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 상황관리관 당직이었지만 참사 발생 이후 1시간 24분간 자리를 이탈해 즉각적인 상황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총경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께 이태원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하고도 차량 정체를 이유로 차 안에서만 시간을 허비하다 오후 11시 5분에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다. 이로 인해 상부 보고가 지연됐고, 신속한 지휘·보고 라인이 무너지면서 서울경찰청 차원의 기동대 투입도 1시간을 넘긴 뒤에야 이뤄졌다.
경찰뿐 아니라 관할 구청과 소방서 기관장도 줄줄이 입건됐다. 특수본은 용산소방서의 사고현장 당시 구조활동 자료, 핼러윈 관련 소방 안전 대책 문서와 당일 실제 근무 내용 등을 토대로 책임자인 최 소방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구청장도 재난책임관리기관으로서 유관기관과의 협조 요청을 명확히 하지 않고,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 예방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참사 당일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경고한 내부 보고서를 참사 뒤 삭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받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용산구 지역 기관장이 줄줄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경찰 수뇌부와 행정안전부·서울시 등 윗선도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용산경찰서 측의 보고서를 서울청을 통해 받고도 별도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이날 새롭게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핼러윈에 최대 1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돼 보행자의 도로난입을 비롯해 교통불편·사고, 마약과 성범죄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자료를 열람한 서울청 담당자도 보고서 내용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충북 제천시 한 캠핑장에서 취침해 관련 보고를 2차례 놓치고 참사 발생 2시간여 만에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역시 참사 발생 1시간 만에 첫 보고를 받았다. 서울시는 참사 이후 소방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뒤 90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늑장 대처 비난을 받고 있다.
특수본은 경찰과 행안부 등 윗선을 대상으로 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청장의)사고 당시 조치와 사전 대비 상황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행안부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도 법리 검토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특수본은 기초적인 조사가 끝난 뒤 곧바로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