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고성 작은학교 살리기, 지역사회가 나섰다
학생 31명 삼산초등 폐교 위기
군·학교·주민·LH 똘똘 뭉쳐
학생·가족 유치에 발벗고 나서
놀이교실 등 특색 교과 신설도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경남 고성군의 한 시골 초등학교를 지키려 지역사회가 발 벗고 나섰다. 행정과 교육기관 그리고 지역민이 뭉쳐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전학생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집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비 중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인접한 마을까지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지역 소멸 대응’의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고성군은 삼산면 삼산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8일 밝혔다. 이는 학생이 줄어 폐교나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삼산초등은 1931년 문을 연 공립학교다. 올해까지 졸업생 3440명(88회)을 배출했다. 고성읍과 가까워 귀농·귀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청장년 인구가 줄면서 재학생도 급감했다. 현재 학년당 1개 학급에 학생 총수는 31명에 불과하다. 2학년은 남학생 1명이 전부다. 교육청의 작은 학교 분류 기준인 60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대로는 통폐합에 따른 폐교가 불가피하다.
결국 지역사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는 단순 교육 시설이 아닌, 출생·인구·경제·마을공동체 형성과 유지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건 곧 마을과 지역이 사라지는 것이란 위기감도 컸다.
이에 군과 주민이 손잡고 올해 경남교육청이 주관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공모에 도전, 사업비 34억 4600만 원을 확보했다. 교육청과 도, 군이 각각 5억 원을 부담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억 4600만 원을 보탠다. 관건은 학생과 학부모 유입과 정착을 독려할 교육환경 조성과 의식주 해결이다.
이를 위해 LH가 임대주택 10호와 커뮤니티센터 1동을 확보해 가정에 제공한다. 민간사업자가 토지매입부터 주택 건설까지 완료하면 LH가 이를 매입,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고성군도 정주 여건 개선, 임대용 빈집정비 지원 사업을 병행한다. 특히 도심에 비해 주변 생활 편의시설과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귀농·귀촌 지원과 지역 기업체 취업 알선 등의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무상 교육을 기본으로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체험·놀이 교실, 도예·다도, 학생·학부모 밴드 활동 등 특색 교육과정을 신설, 운영한다. 여기에 방과 후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와 연계한 연중·저녁돌봄교실 그리고 병설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연계 진학도 지원한다.
인접마을 주민들도 민관 실무협의회에 참여해 새 식구 맞이에 나섰다. 협의회는 “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살 수 있다. 마을에 정착할 새 식구가 지역 공동체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구축하고 무너져 가는 공교육 환경도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고성군의 판단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작지만 큰 프로젝트다. 아이 교육 측면에선 번잡한 도시의 큰 학교보다 시골의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도 많다”면서 “지역사회와 학교의 상생 발전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