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시대 진입… 수도권·광역시도 위기
한국산업연구원 보고서
228개 시·군·구 인구 변화 조사
영도·서구 등 우려지역 포함
“기업 인센티브 차등화 등 필요”
우리나라가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소멸'에서 나아가 수도권과 광역시의 인구까지 줄어드는 '지역소멸'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소멸위기지역 59곳에 경기도 가평군·연천군, 인천시 옹진군·강화군, 부산 영도구·서구, 울산시 동구가 포함되는 등 지방소멸 문제가 비수도권의 군(郡)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광역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지역 간 인구 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위기지역은 총 59곳으로 조사됐다고 13일 밝혔다.
소멸위기지역 중 ‘소멸우려지역’은 50곳(21.9%), 소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멸위험지역’은 9곳(3.9%)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3곳, 강원이 10곳, 경북이 9곳으로, 이들 3곳이 전체 소멸위기지역의 54.2%를 차지했다.
소멸위험지역의 경우 인천시 옹진군을 제외하면 모두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이었지만, 소멸우려지역에는 수도권인 경기 가평군·연천군, 인천 강화군을 비롯해 광역시인 부산 서구·영도구, 울산 동구 등도 포함됐다.
인천 옹진군을 제외한 이들 6개 지역 중 5곳의 2018∼2020년 인구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부산 영도구(-2.79%)와 울산 동구(-2.6%)의 인구증가율은 전국 평균(0.013%)을 크게 밑돌았다.
이에 보고서는 인구 감소가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 뿐만 아니라 수도권·광역시로 확산하면서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이후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5년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후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매년 6∼8%의 비수도권 GRDP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수도권 취업자 비중이 비수도권보다 높아졌고, 상용근로자 임금 수준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50만 9000원(작년 기준) 높아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 전체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으로 88.2%의 소득과 일자리, 인구가 몰리는 것이다.
이러한 수도권 쏠림현상은 지역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6∼2020년 수도권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했지만, 비수도권은 1.0%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비수도권 경제 침체가 국가 성장 침체의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며 지방소멸 수준에 따라 지방 입지 기업에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수도권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법인세는 7년간은 100%, 이후 3년간은 50% 면제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소멸위기지역에 기업이 입지할 경우 무기한으로 법인세를 100% 면제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소멸 위기에 놓인 대부분의 지역은 1차산업 중심 산업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전통산업 기반의 산업 다양성을 창출해 고부가가치화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방대학 활성화를 통한 지역소멸 댐 역할 강화도 정책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지방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 자율권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으며, 지방교부금 일부를 대학이 전용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K-지방소멸지수는 △1인당 경상연구개발비 △전산업다양성지수 △지식산업 사업체 비율, △1000명당 종사자 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인구증감율 등 4대 부문 6개 측정지표를 반영해 산출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