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회 만에 결국 막 내린 ‘윤석열 대국민 소통 브랜드’
MBC 기자 항의성 발언 발단
출근길 문답 무기한 중단
지난 주말 마라톤 회의 끝 결정
대통령실, 해당 기자 징계 추진
출입 기자단 ‘논의 불참’ 결정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이어온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존폐 기로에 섰다. MBC 기자의 공세적인 질문 태도와 이를 둘러싼 대통령실 비서관과의 공개 설전이 있은 지 사흘 만인 21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을 강조하면서 내세운 대표적인 ‘윤석열 브랜드’다. 윤 대통령은 때로는 곤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기도 했지만, 외부 일정이 없이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날은 가급적 기자들과의 만남을 빠뜨리지 않았다.
즉흥적인 발언이 오히려 국정 지지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여권 일각의 우려에도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애정’을 거듭 부각해왔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모두 61회, 시간은 총 2시간 43분에 달했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10분씩, 그날그날의 현안에 대해 평균 3분 30초가량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동남아시아 순방 성과를 주로 소개한 지난 18일의 마지막 도어스테핑은 10분 26초로, 역대 가장 긴 문답으로 기록됐다.
이번 중단 결정은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그에 대한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선 윤 대통령 등 뒤로 고함을 지르듯 계속 질문을 던진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윤 대통령 참모들은 지난 주말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거쳐 도어스테핑을 이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차원에서 도어스테핑을 하던 대통령실 청사 1층 현관과 기자실 사이를 완전히 봉쇄하는 가림막을 설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어스테핑의 중단은 윤석열 정부의 소통방식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언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취임 초와는 상당히 변화됐음을 시사한다.
이제 관심은 도어스테핑 중단 조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 과연 재개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대통령실은 일단 ‘잠정’ 중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뾰족한 재발 방지책을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도어스테핑이 다시 실시되더라도 진행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답변을 마치고 돌아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거칠게 질문하는 태도에 대해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약식이긴 해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기 때문에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MBC 기자에 대한 징계나 도어스테핑에 참여하는 취재진의 제한 등을 구체적인 후속 조치로 거론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이 MBC 기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는데 대해 출입기자단은 “이번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며,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