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추진 고층’ 산복도로·북항 지역 간 단절 야기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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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부산 전략축

주변 지역도 난개발 가능성 높아
7개 전략축 중 남부민축과 근접
바다 조망·보행 환경 개선 막아
전문가 “이질적, 도시 경관 저해”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 최고 49층 높이의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지나친 특혜 논란이 인다. 20일 완월동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 최고 49층 높이의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지나친 특혜 논란이 인다. 20일 완월동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에 추진되는 민간 사업자의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 계획이 부산시의 북항-원도심 통합개발 종합 계획의 하나인 ‘전략축’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축은 산복도로 원도심에서 북항재개발 지역까지 유기적인 연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통경축 역할과 보행 환경 개선 등 지역 재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에 산복도로와 북항재개발 지역 사이인 완월동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주변 지역에도 난개발의 물꼬를 터 산복도로와 북항재개발 지역 간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21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높이 162.8m, 49층 규모 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 계획(부산일보 11월 21일 자 1면 보도)이 알려진 서구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은 부산시의 부산 북항 통합개발 연계 마스터플랜의 장기 과제 가운데 하나인 ‘남부민축’ 사업지와 불과 400여m 떨어져 있다. 부산시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부산북항 통합개발 연계 도심재창조 마스터플랜’에서 제시된 북항 전략축 7개 중 남부민축, 우암축, 중앙축, 봉래축, 영주축은 장기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초량축과 수정축은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계획에 포함됐고, 지난달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본격화하고 있다.

완월동에 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계획 중인 사업자는 현재 30m로 제한된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 높이를 완화해 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인데,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전략축을 구체화한 부산시의 마스터플랜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스터플랜은 주거지가 많은 산복도로 원도심과 북항재개발 부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해 부산시가 내놓은 큰 그림이다. 이는 원도심 상업지역은 쇠퇴하고, 경사에 만들어진 노후 주거지는 민간 개발 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시 인프라와 이동 수단, 생활SOC를 도입해 재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마스터플랜 보고서에서는 전략축 도입 취지를 “구릉지 무정형 주거지에 도시척추를 조성해 인접 구역의 활력 증진과 주거 정비를 촉진하는 디딤판 역할을 하는 공간” “도심의 골격을 정비하고 도심을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등으로 설명한다.

완월동에 주상복합 건물 건립이 추진되면 전략축 주변에 추진되는 사실상 첫 고층 건물이기 때문에 향후 주변 지역 개발에 대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곳 건축물 최고 높이가 완화되면, 향후 북항과 원도심을 잇는 중간 지역에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 북항재개발 지역과 배후 산복도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축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동아대 권태정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시가 ‘북항 통합개발’을 북항 배후 지역에 고층 건물을 우후죽순으로 세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원도심 정비 등 질적인 개발을 통해 도시를 관리할 계획이라면, 경제성만 고려한 고층 건물 건립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계획안대로 진행되면 북항재개발 지역과 원도심을 잇는 곳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 이질적인 주변 경관을 창출해 도시 경관을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서구는 송도 이진베이시티로 관련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 비슷한 사업이 또 추진된다고 하면 시민들의 시선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일대 첫 개발 사업은 향후 북항과 산복도로를 잇는 상업지역에 대한 도시 계획의 표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부산시 창조도시과 관계자는 “전략축은 북항재개발과 관련해 주변 지역에서 가지고 가야 할 큰 그림인 셈”이라며 "남부민축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도록 계획이 잡혀있는데, 이 축이 다른 개발사업에 포함된다면 시의 통합개발 계획과 전략축을 감안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호성건설은 지난 9일 ‘완월동’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인 서구 충무동 3가 33 일대 부지 1만 1880㎡에 지하 7층~지상 49층 주상복합건물 4동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서구청에 제출하며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자문을 신청했다. 대상지는 현재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높이가 30m로 지정돼 있는데, 사업자는 서구청에 사업 대상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건축물 최고 높이를 현행보다 무려 5배 이상 상향시킨 162.8m까지 올릴 수 있는지 부산시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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