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감안한 ‘베이비 스텝’… 그래도 사상 첫 6회 연속 ‘점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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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차이 0.75%P
연준 빅 스텝 시 격차 다시 확대
“FOMC 12월 회의 결과 주목”
한은, 내년 2차례 인상 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자금시장 경색 위험이나 경기 침체 우려를 감안해 보폭은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으로 좁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며 국내 주식시장이 받을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채권시장은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한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단, 회사채나 기업 자금조달까지 훈풍이 미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올렸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다.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월, 4월, 5월, 7월, 8월, 10월과 이날까지 약 1년 3개월 사이 0.25%P 일곱 차례, 0.50%P 두 차례, 모두 2.75%P 높아졌다.

한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은 단연 물가 오름세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작년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이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졌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11월 4.2%로 10월(4.3%)보다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다섯 달째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최대 1%P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다만 이날 베이비 스텝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일단 0.75%P로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최소 빅 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P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달 빅스텝 행보와 달리 이번달 베이비 스텝에 나선 배경은 불안한 자금·신용 경색 상황,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새벽 공개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 의사록 내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 결정 당시 다수의 FOMC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있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는 만큼 한은 입장에선 통화정책 운영에 다소 여유가 생긴 셈이다.

이 같은 영향에 이날 주식시장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대두되며 크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속에 1% 가량 상승해 2440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23.6원 내린 1328.2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빅스텝 이후 한은의 금리인상 폭이 작아지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 1~2번의 추가 금리 인상 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번 베이비 스텝이 증권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주식시장에 단기적 영향은 적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의 결정은 긴축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시그널이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도 곧 종료된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통위 결정보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FOMC의 12월 회의 결과가 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며 강세를 보였다. 다만 금리 하락에도 회사채 등 기업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하락하지만 회사채 유동성 경색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며 “다만 금리 자체가 떨어진다는 자체는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 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국내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회복세도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에서 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 흐름이 이어지다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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