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제 폐지해야 멈춘 물류 다시 움직인다”
부산항 파업 출정식
여당 일몰제 연장안엔 ‘꼼수’ 비판
경찰, 불법 행위엔 엄정 대처 입장
첫날까진 ‘부산항 장치율’ 안정적
항만당국 화물 반입 기준일 완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5개월 만에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가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면서 정부에 일몰제 폐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는 24일 0시를 기점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16개 지역에서 화물연대의 출정식이 동시에 열린 가운데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도 24일 오전 10시께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일대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열린 출정식은 노동의례, 대회사, 문예 공연, 결의문 낭독 등 순서로 진행돼 노조 추산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조 측은 이날 행사에서 화물차 교통사고로 연간 700여 명이 사망하고 화물노동자들이 한 달 내내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면서 더 이상 죽음을 연료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은 “올 6월에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두고 정부가 대화를 약속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파업을 선언하자 뒤늦게 여당이 일몰제 연장안을 내놨지만 이는 화물노동자를 갈라치기 하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또 “국회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조합원들을 믿고 파업에 나서야 상황”이라면서 “비조합원들도 우리의 뜻에 동조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정식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마무리됐고, 조합원들은 3부두와 5부두 등으로 행진했다. 이어 오후 2시께 이들은 지회별로 신항터미널, 남구 신선대부두 등으로 흩어져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남구 신선대부두에서는 일부 격분한 조합원이 터미널을 오고 가는 화물차를 향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께까지 부산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경찰에 체포된 사례는 없었다. 부산경찰청은 기동대, 형사, 교통경찰 등 경찰 약 89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경찰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불법 행위에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차량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할 경우 사법처리와 별개로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도 병행한다.
이날 부산항 등 전국 주요항만에서는 물류차질이 가시화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둔 비율)은 67.5%로 전날 같은 시간 장치율(62.8%)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파업첫날이라 전날부터 컨테이너 배차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부산항의 장치율은 아직은 안정적이지만, 긴장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평소 같은 시간 부산항의 장치율은 64.5%정도다. 통상 장치율이 90%를 넘으면 항만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전날에 대비해 크게 줄었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산항의 반출입량은 4만 4980TEU이나 이날 같은 시간 반출입량은 1만 4695TEU로 대폭 감소했다. 파업이 날을 더해 가면서 반·출입량이 줄어들 경우 부두에 쌓인 컨테이너가 많아지면서 장치율이 올라가고 항만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항만당국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터미널운영사의 수출화물 선적 반입 가능 기준일을 기존 3일에서 5일로 완화해 파업 전 조기에 수출화물이 부두로 반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입 화물과 야적장 내 장기 적체화물은 신속히 반출해 부두 혼잡도를 낮추는 조치도 했다.
집단운송 거부 장기화에 대비해 배후단지 등에 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는 임시장치장도 확보 중이다. 부두간 환적은 내부통로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항 내에서 부두나 선석을 옮겨가며 화물작업을 한 경우 선사들이 추가로 부담한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업계도 파업 이전에 선박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미리 컨테이너를 부두로 옮겨두는 등 선조치를 해둔 상황이라 눈에 보이는 피해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월 파업을 겪은 터라 미리 대비를 한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조기에 파업이 끝나지 않으면 물류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