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뒤 목소리 커진 안전, 목소리 안 들리는 책임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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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한 달

실무 책임만 묻고 윗선 수사 뒷전
경찰 특수본 수사에 비판 여론
유가족, 정부 사과·책임 규명 요구
지자체 인파 관리 중요성 더 커져
내달 불꽃축제 강화된 대책 적용

지난 1일 오후 부산시청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일 오후 부산시청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9일이면 핼러윈을 앞두고 158명이 압사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는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경찰, 소방, 행정 공무원들을 입건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는 한편, 지자체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를 비롯한 대규모 축제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수본은 28일 경찰·소방·행정 공무원 등 최소 18명을 입건해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 1일 출범한 특수본은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또 유승재 용산구청 부구청장,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을 입건하는 등 안전관리 대책 수립 등 법적 책임을 따지고 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특수본은 지난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재현한 3D 시뮬레이션 자료를 전달받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서울시 등 일명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한편, 용산서 보고서 삭제 의혹 사고 원인과 직결되지 않는 사안에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수본은 참사 19일 만인 지난 17일에야 행안부와 서울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이 장관의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모 전 용산서 정보과장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은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특수본에 입건됐다. 의혹에 연루돼 대기발령 조치됐던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 모 경감은 지난 11일 숨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소방노조)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현장 소방 공무원을 상대로 수사가 이어지자 특수본에 수사 중단 촉구 서명지를 전달하는 등 반발했다. 소방노조는 이 장관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관계 공무원들이 줄줄이 책임소재 도마에 오르고,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인파 관리 체계 마련이 요구되자 부산시도 관련 대책을 수립하며 대규모 축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지난 15일 ‘자치경찰위원회 실무협의회’를 열고 주최자가 없는 행사 인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유관기관 협조체계 구축에 나섰다. 정용환 부산시 자치경찰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부산시 관계자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16개 구·군 자치행정과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와 같이 주최자가 없는 대규모 행사 개최 시 관리 방안, 정보공유 방법, 다중밀집행사 안전관리 매뉴얼과 종합대책수립관련 개선사항 등을 논의했다. 다음 달 17일 열릴 예정인 부산불꽃축제에도 강화된 안전대책을 적용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29일에는 경찰 등 유관기관과 회의를 열고 안전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이태원 참사로 안전관리 중요성이 커진 만큼 대책을 계속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를 관리하겠다고 나선 해운대구는 대규모 축제·행사에 대비해 이달 초부터 강화된 안전관리체계를 가동 중이다. 해운대구청은 미국 독립기념일 등 대규모 행사가 예상될 경우 행사 성격에 맞는 부서를 지정해 2차례에 걸쳐 안전대책회의를 연다. 이후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과 합동회의를 개최해 합동 컨트롤타워와 핫라인을 구축하고 현장상황실 운영 등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특히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열릴 경우 구청장은 행사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현장상황실에 상주해 시간대별, 단계별 현장 상황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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