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도 모두 이겨라, 8강에서 맞붙자
12년 만의 16강행에 잠을 잊은 응원전
유튜브 해설까지 찾아보면서 재미 만끽
“9% 확률 뚫었으니 브라질전도 몰라
8강만 간다면 4강 신화 재현도 가능”
6일 한국과 브라질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앞둔 부산 시민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각자의 방법으로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전을 맞이하는 시민들은 새벽잠을 포기하며 ‘본방 사수’를 다짐했다.
4일 오후 〈부산일보〉 취재진이 수영구 광안동을 찾았을 때 시민들의 대화 주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의 16강 진출이었다. 아내와 함께 바닷가를 찾은 양점석(61·부산 북구) 씨는 “9% 확률을 뚫고 16강에 진출한 것에 만족한다. 브라질은 피파(FIFA)랭킹 1위여서 우리나라가 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함께 바닷가를 찾은 성종현(58·부산 북구) 씨는 “왠지 우리 대표팀이 브라질도 꺾을 것 같다”고 과감한 예측을 내놓았다. 성 씨는 “포르투갈전에서도 우리 대표팀이 승리하겠다고 생각한 이는 적었다”며 “그런데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내지 않았느냐. 내친김에 세계 최강을 꺾고 8강까지 가 보자”고 응원했다. 8강 한일전에 대한 기대 심리도 커지고 있다. 상승세를 탄 일본이 크로아티아를 꺾는다면 8강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정현철(35·부산 해운대구) 씨는 “브라질을 꺾는다면 ‘역대급’ 한일전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한일전에서 패배하지 않는다”며 “월드컵 4강 신화가 재현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행복한 상상을 털어놓기도 했다.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에 기대가 커진 이들은 브라질전 본방 사수를 다짐했다. 한국 시간으로 6일 오전 4시에 열리는 만큼 출근이나 등교에 지장이 불가피하지만, 하루쯤은 눈을 질끈 감고 버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대학생 장윤주(26·부산 해운대구) 씨는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우리가 지겠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보지 않았다”며 “16강 진출의 순간을 놓친 게 아쉬워 브라질전만큼은 꼭 챙겨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이지만 연인과 함께 맥주와 치킨을 미리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아침잠을 택할 직장인들도 기적 같은 드라마 앞에서는 응원을 택했다. 간호사 김경은(28·부산 강서구) 씨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하지만 생방송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있기에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예정”이라며 “이미 결과를 다 알고 보는 것과 현장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응원도 TV가 아닌 유튜브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직장인 최 모(31) 씨는 “TV는 영상만 켜 놓고 유튜브를 들으면서 월드컵 축구를 시청할 계획”이라며 “전직 축구선수나 축구 유튜버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다 직설적인 해설을 들으면서 시청자들과 채팅을 나누면 월드컵을 보는 재미가 배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거리 응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맥줏집에서 브라질전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힌 윤시윤(21·부산 해운대구) 씨는 “여러 사람과 함께 경기를 즐기고 싶어 스크린으로 축구를 방영해 주는 맥줏집을 찾을 예정이다”며 “부산에서도 거리 응원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서울 위주로 진행돼 아쉬운 마음이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는 부산의 거리 응원 장소를 찾는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 앞서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0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부산에서는 이번 월드컵 들어 지금껏 거리 응원전이 개최된 적은 없다.
양보원·나웅기 기자 bogiza@busan.co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