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 상태 해결 위해 추진위 발족… 대체거래소 등 변수 뚫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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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거래소 원년

잦은 계획 변경·불확실성에 지연
외부 추진위 발족, 정부 소통 강화
올해 하반기 사업자 신고 기대감
STO 특례 부여 등 과제는 남아

지지부진하던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이 올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입주한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구. 김종진 기자 kjj1761@ 지지부진하던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이 올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입주한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구.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년은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출범 원년의 해다. 다만 아직까진 부산시의 목표일 뿐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사업자가 정해져 분주하게 거래소를 만들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사업자조차 선정되지 않았다. 2년에 가까운 추진 기간 중 부산시의 일정은 늘 지연되고 변경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2023년에 출범하겠다’는 최종 목표만큼은 여전히 그대로다. ‘거래소 출범 원년’을 맞아 과연 부산시의 목표가 이뤄질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는 카멜레온?

새로운 시도는 늘 어렵다. 아무 것도 없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려니,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보는 것도 한편 당연하다. 그래도 애써 그려놓은 도화지를 너무 자주 찢어버렸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추진 일정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다.

부산시가 거래소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21년 상반기 시 산하 연구개발(R&D) 전문기관인 부산산업과학혁신원(비스텝·BISTEP)에 의뢰해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구축을 위한 연구’라는 주제의 용역을 맡기면서다. 그해 BISTEP에서 구상한 초기 청사진은 ‘대체거래소(ATS)와의 융합형 거래소’(부산일보 2021년 6월 25일자 2면 등 보도)였다. 당시 증권사들이 모여 대체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던 만큼, 이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거래소의 신뢰도를 높을 수 있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가상자산을 함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청사진은 ATS 탄생 자체를 반대하던 부산시의 기존 입장 때문에 갈갈이 찢기고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2022년 초 증권 거래 기능은 제외한 거래소 청사진이 새로 만들어졌다. 부산시는 해당 거래소를 추진할 컨소시엄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예비공고 성격인 정보제공요청서(RFI·Request For Information)를 냈다. ‘6월께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자 공모가 진행되고, 희망 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에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6월로 예정됐던 최종 사업자 모집공고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즈음 부산시는 또 한 번 계획을 바꾸기 시작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컨소시엄 사업자에게 매매 기능을 맞기는 것이 아니라 일정 조건을 갖춘 업체라면 누구나 회원사로 참여해 디지털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 답보상태 풀기 위해 추진위 발족

지난해 9월 그렇게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최종안이 완성됐다. 기존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비증권형 거래소’와 STO(증권형 토큰) 등을 취급하는 ‘증권형 거래소’로 자회사를 이원화해 지주회사 아래 두는 구조다. 커스터디 기능을 가진 자회사도 만든다. 그외 감시기능, 예탁기능, 상장평가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도 독립적으로 설치함으로써 투자자 보호를 꾀했다.

증권형·비증권형 거래소 아래에 각각 다수의 회원사를 둔다. 거래는 개별 회원사가 하고, 부산 거래소는 중앙거래소의 역할을 맡는다. 증권시장과 닮은 구조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회원사들이 증권사 역할을 맡고, 부산 거래소는 한국거래소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후 부산시의 역할 축소 등 세부적인 내용의 수정은 있었지만,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다.

회원사 모집은 거래소 펀드를 만들어 가입하는 방식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펀드 조성을 담당할 자산운용사부터 선정해야 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자산운용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또다시 연기됐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산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시기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부산 거래소 회원사로 끌어들이려던 것이 화근이었다. 자금 세탁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은 따로 있었다. 공공 거래소를 세울 거라면 금융당국이 직접 만드는 것이 낫고, 민간 거래소를 세울 거라면 부산 거래소만 허가하기가 애매한 것이었다.

이후 거래소 추진 일정은 3개월 가량 답보상태에 빠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향후 시장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당국과의 조율 없이 거래소를 추진했다간 미래 불확실성을 우려한 기업들의 회원사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일정을 미루던 배경을 털어놓았다.

답보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부산시는 지난달 19일 정관계, 업계 인사 18명으로 구성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지금껏 시가 추진하던 업무 대부분을 이양했다. 정무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미다. 추진위 활동이 본격화하면 내년 상반기 자산운용사와 회원사 모집을 끝내고 내년 하반기에는 사업자 신고를 마칠 수 있다는 게 부산시 측의 기대다.


◇ 대체거래소 등 변수는 여전

최근 부산 거래소 추진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한 것이 ATS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그간 부산시는 ATS 설립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공개설명회를 통해 오는 3월 이후 ATS 인가 신청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ATS 설립은 더이상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부산시는 공식적으론 ATS 설립을 반대했지만 최근 들어 물밑으로는 유치 작업도 병행했다. 그러나 때론 이처럼 명료하지 못한 이중적 전략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해 오히려 역효과다. 이제는 ‘부산 유치’로 돌아서고 싶어도,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ATS와 관련해 부산시의 선택지는 3가지다. 우선 현재 ATS 인가가 가장 유력한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부산으로 유치하거나, 부산에서 새로운 준비법인을 만들어 넥스트레이드와 인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마지막 선택지는 여전히 ‘설립 반대’를 외치는 것이다. 역순으로, 설립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지금 새로운 준비법인을 만들어 경쟁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유력한 후보를 부산으로 유치해야 하는데, 마땅한 ‘당근’이 없다.

굳이 ‘당근’을 찾자면 STO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ATS의 매매 대상에 STO를 포함시키고 싶어 한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 등에서 특례를 주지 않는 한, 현행 법에선 STO를 주식처럼 매매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STO를 ‘당근’으로 제공하려니,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기능과 겹친다. 부산시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달 부산시는 부산연구원(BDI)에 ATS를 디지털자산거래소와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용역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조만간 STO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STO를 기존 증권처럼 취급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토록 한다는 게 유력한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이러한 전망 아래 올해 STO 전담부서를 꾸리고 STO 전문 거래시장 개설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 경우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STO를 상품으로 취급할 수 있을지조차도 불투명해진다. 오히려 새로 생겨날 ATS에서 이를 취급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ATS 역시 한국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내 증권을 매매하는 거래소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산 너머 산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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