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막으려면 수도권 일극화 정책부터 바꿔라 [사람 모이는 도시로]
[더 부산 2030] 사람 모이는 도시로 <상> 청년이 살고 싶은 부산으로
2050년 시민 43.6% 고령 인구
최근 20년 수도권 유출 81.9%
청년층 유출이 절반 넘어 심각
법인세·소득세 차등제 도입 등
정책 기조 변화가 인구 문제 해법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전국에서 피란민이 몰려든 후 인구나 경제 규모 측면에서 ‘제2도시’ 위상을 유지해 온 부산. 하지만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35년에는 인천에 그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통계청이 제시한 2035년 부산의 장래 추계인구는 295만 9000명이어서 인천(296만 7000명)에 이어 제3도시로 추락할 위기다. 특히 부산에서는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3000명 안팎의 인구 유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중 청년층(15~34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부작용이 더욱 크다.
■2050년 열 명 중 넷이 노인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50년 부산 인구는 251만 2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출산의 장기화로 유소년 인구가 감소하는데다가 특별시·광역시 중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부산 인구 중 43.6%가 고령 인구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는 지역의 성장과 쇠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꼽힌다. 부산이 그야말로 ‘노인과 바다’만 남은 도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수도권 집중화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0~2020년 동남권 인구의 지역별 순이동 현황을 보면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81.9%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김경수 부산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장은 “부산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한마디로 ‘먹고 살기 힘들어서’라고 보면 된다”며 “청년 인구 유출의 핵심 원인은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91%가 본사를 수도권에 두고 있고, 시총 100대 기업 중 83%가 수도권에 있다. 매출 1000대 기업으로 기준을 넓혀도 전체의 73.4%가 수도권에 있다. 기업체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로 일자리와 인력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고착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심각한 나라로 꼽히는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30%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이후 수도권 거주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어 수도권 일극화 양상이 가장 심한 경우에 속한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셈이다.
1995년 770만 명이었던 경기도의 인구는 지난해 1358만 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의 인구도 329만 명에서 410만 명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에는 충청권까지 수도권 확대 양상이 번지는 모양새다. 반면, 부산의 인구는 1995년 38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332만 명까지 줄었다.
■지역 균형 발전이 답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해진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지역에 법인세·소득세 차등제를 도입하는 등의 강력한 정책 대안 없이는 수도권 일극화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금융, 해양, 영화영상과 관련된 기관을 부산에 유치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최근 부산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수협중앙회, 예금보험공사, 무역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유치 대상으로 거론된다.
해양 분야의 경우 한국해양조사협회,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이 부산 이전에 적합한 기관으로 꼽힌다. 영화영상·문화 분야의 경우 한국영상자료원과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의 부산 이전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우리나라는 급격한 저출생, 고령화를 겪는 와중에도 특정 지역에서만 인구가 늘어나는 등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한 게 근본적인 문제다”며 “향후 생기는 신규 공공기관은 무조건 비수도권에 만드는 쪽으로 법제화를 하는 등 정부 정책의 기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지역의 인구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