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응급환자 구급대 발목 잡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연구 보고서
2019년·2021년 이송시간 변화
26.75분→34.02분으로 늘어나
호흡기감염 등은 10분 이상 지연
대학병원 과밀화로 응급실 전전
팬데믹 또 오면 골든타임도 위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부산 지역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이 코로나19 전보다 평균 7분 이상 더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응급환자의 경우 분 단위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대비해 부산의 응급의료 체질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의 ‘부산형 IT 기반 병원 선정 프로세스 개발 및 이송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급환자 이송 평균 소요시간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6.75분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인 2021년 34.02분으로 7.27분(27.2%) 늘어났다. 호흡곤란이나 중증외상환자 등 응급환자들이 구급대 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이송 소요시간이라고 한다. 평균 소요시간이 27% 이상 늘어난 것은 병원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인데, 병원을 선정하는 데만 전보다 3~5분 더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구급대원의 전체 활동시간도 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활동시간은 구급대가 한 현장에 출동해 활동을 마무리 짓고 다음 현장 출동까지 가능한 시간을 말한다. 특히 환자가 발열이나 고열 등 호흡기질환 의심 증상을 보일 때에는 전체 활동시간이 101분을 넘긴 비율이 28% 이상에 달했다. 응급환자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한 경우도 전체의 3.5~4%에 달했다. 이 때문에 구급대의 병원 평균 이송 거리는 2020년 이전 평균 6km 이내였던 것이 2020년에 7.4km, 2021년에 8.1km로 늘어났다.
분석 결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격리실 부족, 응급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중증 응급환자 수용 불가 의사를 피력했다. 이로 인해 응급환자는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로 몰렸지만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로 인한 긴 대기시간과 중증 응급환자 치료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구급대원은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섭외하지 못해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 병원 섭외를 요청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병원이 선정될 때까지 구급차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바람에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고 출동 공백이 발생할 위험도 따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맡은 동아대병원 박종성 교수는 “전체 5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성보다 평균치가 희석된 경향이 있다”면서 “사례별로 살펴보면 어떤 환자는 병원 이송에만 5~6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운이 나빴다면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부산의 응급의료 체질을 개선해 제2의 감염병 대유행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의 인구 10만 명당 응급의학 전문의 수는 3.2명으로 7대 대도시 중 두 번째로 열악한 실정이다. 전체 시·도 평균 4.5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전공의 수는 7대 대도시 중 가장 적은 0.7명이다. 병원 현장에만 책임을 강요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의료 여건은 열악한데 환자는 몰리다 보니 의료진의 탈출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병원에만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응급의료 전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 관계자는 “응급환자를 살리는 데에는 구급대와 병원 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당시 소방과 병원 모두 어려움이 많았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