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금리 쇼크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동성 잡으려 올린 금리 부메랑
가계·기업 모두 대출 상환 곡소리
재개발·재건축도 비용 상승 비명
상반기도 금리 인상 확정적 ‘비상’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가정, 기업 모두 후폭풍을 겪고 있다. 5일 오후 부산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가정, 기업 모두 후폭풍을 겪고 있다. 5일 오후 부산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금리 인상 쇼크요? 2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부산 강서구에서 기계설비 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 누굴 위해 돈을 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년 전 사옥을 새로 짓기 위해 200억 원을 대출했지만 코로나 시국에도 기술력 덕에 발주가 끊이지 않던 A 씨의 공장이었다. ‘갚아 나가는 재미가 있다’던 그의 대출 중에서 원금 105억 원이 남았다. 그러나 지난해 매달 2500만 원 남짓 나가던 대출이자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5000만 원까지 솟구쳤다. 원금이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A 씨는 인건비와 비용을 제하기도 전에 매달 은행에 원리금 명목으로 1억 6000만 원을 지출한다.


A 씨는 “지난해 말 월급을 5%나 올려줬는데 시무식에 참석한 직원들이 시무룩하기에 물었더니 ‘월급이 올라도 이자가 더 나가서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 사장이나 직원이나 이자 때문에 허탈하긴 매한가지”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해운대구에서 벤처사업체를 운영하는 B 씨도 매달 나가는 이자에 혀를 내두른다. B 씨는 “작년에 900만 원씩 나갔는데 오늘은 1500만 원을 인출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벌어 봐야 이자로 다 빠져나가 환장할 노릇”이라고 했다.

B 씨는 지난해 말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매출이 반짝 늘자 용기를 얻었다.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자며 월세를 내던 업장을 아예 사들였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이자가 이렇게까지 늘어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B 씨는 “줄일 건 인건비뿐이니 직원들은 사장 눈치를 본다. 나는 직원들이 불편해할까 봐 직원 눈치를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엄청난 규모로 풀린 현금 유동성을 잡겠다며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심각하다. 고금리가 가져온 쇼크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다.

가정과 기업 가릴 것 없이 이익과 소득이 소폭 늘었지만, 폭증하는 이자 지출을 따라가지 못해 다시 고꾸라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관치금융’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금융당국이 어떻게 해서든 시중은행에 전방위로 금리 인하 압박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핫’했던 재개발·재건축 조합도 휴대폰 벨소리에 예민해졌다. 행여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공사비를 올려 달라는 시공사 전화가 아닌가 해서다. 조합 관계자 C 씨는 “예전에야 건설사마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이것저것 다 해 준다’고 했지만, 지금은 공사비를 증액하자는 소리나 안 하면 다행”이라고 전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사업장도 이주비 대출 등의 금리가 올라 고민이 깊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시공사와 조합이 조달해야 할 막대한 사업 관련 이자가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에도 당장 은행 금리가 높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일단 올해는 버티고 보자는 게 건설업계 전반의 여론이다.

이처럼 실물 경제가 울부짖고 있지만, 풀려 버린 금리 인상의 고삐를 잡겠다는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금리 인상은 확정적인 상황이라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주문한다. BNK금융지주 소속 BNK경제연구원 백충기 경제산업팀장은 “국내 경제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국내 기준금리는 상반기 중 한두 차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