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1만 명 손잡으면 인구 감소·구인난 동시에 풀린다 [사람 모이는 도시로]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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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이는 도시로] (하 )외국인 품는 부산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선정
외국인 인재 110명에 거주 비자
지역 대학 졸업, 문화·언어 능통
수도권서 나가면 현금 주는 일본
“단기적 지원금 지급으로는 한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부산 영도구, 동구, 서구에 거주하는 지역 대학 출신 외국인 우수 인재 110명에게 거주(F-2) 비자를 주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 사업이 올해 추진된다. 부산항을 끼고 있는 영도구와 서구, 동구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부산 영도구, 동구, 서구에 거주하는 지역 대학 출신 외국인 우수 인재 110명에게 거주(F-2) 비자를 주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 사업이 올해 추진된다. 부산항을 끼고 있는 영도구와 서구, 동구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 산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부산시가 외국인 인재를 품는다.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공모에 광역시로는 유일하게 선정돼 올해 지역 대학 출신 인재 110명에게 거주(F-2) 비자를 준다. 단, 지역 대학과 부산시장의 추천을 받은 외국인 인재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영도구, 동구, 서구에 거주해야 한다.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한 이들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는 동시에 조선업과 조선 기자재를 포함한 제조업, 관광·서비스업의 일손 부족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인재에 거주 비자

지역특화형 비자는 법무부가 각 지역의 산업 수요에 맞는 취업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인구감소지역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거주 또는 취업하는 것을 조건으로 F-2 비자를 미리 발급하는 제도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F-2 비자는 외국인이 보통 영주권 획득에 앞서 취득하는 비자다. 우리나라에 살고 싶은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비자”라며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증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 대학 출신 인재에게 이 비자를 시범적으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경우 매년 1만 명 규모의 외국인이 지역 대학에서 유학하고 있다. 지역 상황을 잘 알고 한국어와 문화에도 익숙한 이들 유학생은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시와 부산국제교류재단이 최근 부산 지역 외국인 유학생 1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유학생의 대다수(91.6%)가 부산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희망 업종(중복 응답 가능)은 △교육서비스업(36.0%) △상품 중개업(24.7%) △제조업(21.9%) △전문 서비스업(20.2%) △기타 서비스업(19.7%) △어업(13.5%) △영상 제작·배급업(12.4%) △금융·보험업(10.1%) 등이었다.

부산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티린 씨는 “최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여행 오는 사람이 많은데, 졸업 후 관광 가이드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전 2년 동안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가수 아이유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해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며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비자 시범사업이 확대돼 부산에서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언어와 문화에 친숙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은 지역 기업의 인력 부족에도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성진 부산시 지산학협력과 대학협력팀장은 “영도구 HJ중공업이나 대선조선 등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외국인 유학생은 조선이나 제조업 취업에도 적극적인 편이다”며 “이번 시범사업이 인구 감소와 구인난 해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국 국적 동포와 그 가족도 인구감소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한다는 조건으로 동포거주(F-4) 비자를 받아 일할 수 있다. 부산의 경우 올 10월까지가 시범사업 기간이다.


■“일본식 현금 지원 한계”

우리보다 앞서 인구 감소, 지역 소멸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이민 정책보다는 지역 분산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1970년에 이미 인구감소지역 대응을 위한 특별법으로 ‘과소지역대책 긴급조치법’을 제정했다. 이어 10년 주기로 특별조치법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2021년에는 ‘과소지역의 지속적인 발전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시행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은 생활인구 범위에 외국인을 포함하지만, 일본의 특별조치법은 외국인을 법률 적용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이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는 시민에게 자녀 1명당 지원금 약 1000만 원을 주는 파격적 정책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도쿄와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는 가족에게 자녀 1인당 100만 엔(약 975만 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자녀 지원금 30만 엔(약 292만 원)보다 무려 3배 이상으로 오른 금액이다.

이에 대해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일본 정부도 구조적인 분권·분산 시스템 설계 대신 단기적인 현금 대책만 내놓아 그동안 효과를 보지 못 했다”며 “일본식 이주 지원비 같은 정책을 만약 우리 현실에 적용한다면 충청도, 강원도 등 수도권 인접 일부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수도권 경제 집중을 비롯해 교육, 문화, 보건·의료 등의 사회 인프라 집중을 해소하는 전반적인 분산정책이 자치입법 같은 분권정책과 더불어 추진돼야 한다”며 “범정부적이고 대대적인 정책 추진 체계 없는 반짝 현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 정책 역시 의료복지를 포함한 사회 안전망 구축, 다문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숙 (사)이주민과함께 상임이사는 “원도심 인구감소지역은 고령층 비율이 높다. 이들의 다문화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문제”라며 “마을공동체 활동, 도시재생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외국인이 이웃으로 잘 정착할 수 있게 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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