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당원 30%로 단일 권역 최다
안개 속 표심 잡으러 잇단 PK행
2파전 확정되자 거친 설전 시작
김 ‘철새 정치’ 포문에 안 ‘발끈’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왼쪽)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2파전으로 전개되면서 부산·울산·경남(PK)에서 1위를 차지할 인물이 누구인지 주목된다. 단일 권역으로 최대 표밭인 부울경의 선택을 받는 인물이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최종 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인 김·안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PK 공략에 매달리거나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에서 부울경의 중요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당대표, PK 선택에 달렸다

부울경은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국민의힘에 부울경은 전체 지역구 의원(93명)의 35.4%(33명)를 차지해 단일 권역으로 가장 많고, 지역별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원 규모도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핵심 텃밭이다. “PK를 잡아야 당권을 거머쥔다”는 말까지 나온다.

역대 보수정당에선 PK 출신 당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영삼 최병렬 홍준표 박희태 안상수 김무성 정몽준 등 보수 계열 정당 당권은 거의 PK 출신이 잡았다. 이번에도 PK 출신 당대표 배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의원은 양정초-중앙중-부산동고를 나왔고, 안철수 의원은 동성초-중앙중-부산고를 졸업했다.

부울경 현역 지지 성향을 보면 김 의원이 다소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인 ‘국민공감’이 김 의원 지지 성향을 보이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도 김 의원을 돕고 있다. 김 의원은 “전체 40개 PK 당협을 대부분 방문했다”고 말한다. 반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 안아야 한다”며 안 의원을 적임자로 꼽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안 의원도 가장 먼저 부산과 울산을 찾아 당심을 공략한 바 있다.

■안갯속 표심에 잇딴 PK행

두 사람 모두 PK 표심 공략에 공을 들인다. 김 의원은 27일 부산을 찾아 부산시체육회, 북항재개발구역, 유엔묘지를 잇따라 방문한다. 부산시당에서는 김기현 선거캠프 서포터즈 발대식도 연다. 안 의원은 내달 1일 부산고총동창회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PK 당원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PK 현역 의원들 지지 분위기와는 달리 당원들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당도 현역 의원들이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방침을 내려보냈다. 부산의 한 현역 의원도 “당원들에게 누구를 지지하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전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다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YTN·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2~23일 실시한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도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김 의원이 PK 국민의힘 지지층의 31.8%를 차지했고 안 의원이 26.6%였다. 양자대결에서도 김 의원(46.3%)이 안 의원(45.5%)보다 약간 앞섰다.

두 사람 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안 의원은 26일 인천에서 강연 후 김 의원의 ‘철새 정치’ 비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열심히 도운 게 잘못된 것이었다’는 그런 말씀 아닌가. 대통령과 함께 단일화를 해서 정권 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었다는 그런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4일 김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저는 철새 정치를 하거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치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안 의원을 ‘철새’에 빗댄 바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