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요금 인상 실기·지원 예산 축소가 부른 ‘예견된 사태’
정부 “LNG 급등 때 대처 못 해”
우크라 전쟁 겹쳐 폭등 부채질
에너지바우처 예산 21% 삭감
취약층에 더 혹독한 결과 초래
한국가스공사 수요 예측도 실패
‘난방요금 폭탄’으로 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실과 정부, 여야 정치권이 26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난방비 부담 완화 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등 긴급처방에 나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다.
‘난방비 급등’ 현실화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이미 예고된 수순으로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누적에 따른 잇단 전기요금·도시가스 요금 인상, 총선 등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에너지 정책 등 총체적 난맥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겨울 가스요금 급등은 국제 LNG 가격이 상승했던 2021~2022년 요금인상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LNG 가격이 폭등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난방비 급등 요인에 대한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는 설득력이 있지만, 논란의 소지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너무 억누른 나머지 윤석열 정부가 후폭풍을 맞았다는 여당의 논리와도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가스비의 경우 지난 정부 때 LNG 도입 단가가 2~3배 이상 급등했는데도 가스비를 13% 정도밖에 인상하지 않아 가스공사 적자 확대의 요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 난방비가 오른 것은 도시가스를 비롯한 난방용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난방용 화석연료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연료인 LNG 가격은 지난 1년 새 128%나 급등했다. 최근과 같은 한파 상황에서 전체 지출 중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취약계층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도 에너지바우처 예산(909억 원)을 2022년 예산(2305억 원)보다 20.9% 삭감하고 지원 대상을 축소한 것도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한 ‘난방비 폭탄’ 논란의 빌미가 되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에너지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늘리고 금액도 더 인상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은 에너지재난지원금 예산으로 약 68조 5000억 원을 책정했다.
LNG 수입가격 폭등의 이유로 한국가스공사의 수요예측 실패, 즉 ‘LNG 구입 장·단기 비율 조정 실패’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가스공사의 수요예측 실패 때문에 민간 발전사들이 비싼 값에 LNG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도에 LNG 수입가격이 2021년보다 2배가량 폭등했음에도 가스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민간 발전회사에 LNG 도입 비용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가스공사가 시가보다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는 LNG 장기계약 비중을 70~80%가량 확보하고, 나머지는 현물시장에서 시가로 구매해 수요관리를 하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 난방설비와 고효율·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 등 난방효율 개선사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것과 함께 난방절약 방법 홍보 부족도 한몫 거들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의 가스요금 급등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국제적 현상이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강조하고 있다.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에서 국가별 가스요금(세금 포함 최종 소비자가격 기준)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